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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3·4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불참…흥행 참패하나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9-01-23 08:30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뒤를 이어 제3·4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전선에서 잇달아 이탈하면서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과거 선정에서 탈락한 뒤 이번 사업자 선정에 절치부심하며 칼을 갈았던 인터파크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8일 불참을 선언한 것. 더욱이 참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던 '공룡기업' 네이버마저 지난 21일 불참한다고 발표하면서 흥행 참패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3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는 인터넷은행 신규인가를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인가 매뉴얼을 확정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 항목·배점을 포함해 구체적인 인가 심사 방침을 소개하고 업체 질문에도 답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제3·4 인터넷전문은행의 유력한 사업자 후보로 꼽히던 인터파크가 지난주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인터파크는 2015년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어 올해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인터파크도 "과거에 준비를 했었기 때문에 경험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지난 18일 돌연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인터파크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진출을 유보하고 내실 강화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4년 전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꾸렸던 NHN엔터도 같은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NHN엔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3 인터넷은행 사업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정보 공유차 23일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사업 참여로 추측하는 보도가 나와서 설명회조차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모두 네이버로 쏠렸다. 그동안 가장 주목받은 네이버는 지난해까지 참여가 유력했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10월 25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으로 ICT 기업에 대한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이용자·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힐 때만 해도 업계는 네이버의 참여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네이버도 인터넷전문은행 불참으로 선회했다. 지난 21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 네이버의 경우 자회사 라인이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대신, 해외 시장에 영향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인터파크 등 ICT기업들이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에 부정적인 것은 여전히 규제 문턱이 높기 때문. 지난 17일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발효되면서 산업자본이라도 ICT 주력그룹은 예외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실질적인 주인인 카카오와 KT는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로 최대주주 등극이 가능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심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하는데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경가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 등 대주주 자격요건이 엄격하기 때문.


KT는 공정거래법 위반(입찰 담합)으로 2016년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카카오도 흡수·합병한 자회사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돼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일본은 네이버나 라인 같은 ICT 전문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규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게다가 네이버는 기존 사업과 경쟁하는 카카오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해 있고, 더 이상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어도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도 급속히 식고 있다. 네이버의 인프라가 꼭 필요한 금융권이 네이버의 이탈로 덩달아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가입자가 4600만명에 이르고 라인과 네이버페이 등 이미 플랫폼도 구축해 놓은 네이버를 등에 업으면 금융사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부담 없이 손쉽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참여 여부를 지켜봐왔다.

이처럼 흥행에 꼭 필요한 네이버의 불참으로 사업자 선정 작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힌 곳은 키움증권이 거의 유일하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은행 참여를 준비하고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와 협력관계를 모색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불참으로 일단 다른 협력 ICT기업을 찾을 계획이지만 마땅한 ICT기업이 없으면 참여를 포기할 방침이다. 23일 설명회에 참석하는 KEB하나은행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설명회에 참석 계획이 없다"며 "현재까지는 확실하게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분위기상으로는 사업자 선정 작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모양새다.

상황이 이같이 급변하면서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금융위는 새 인터넷전문은행을 최대 2곳까지 선정하기를 바라지만 이대로라면 1곳도 출범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제3·4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의지가 강한 금융위는 다른 ICT 기업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회에 꽤 많은 곳이 신청했다. 예비인가 신청까지 아직 두 달여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흥행은 안 되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작업이) 계속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완제 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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