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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류모씨(31)는 얼마 전 웨딩사진을 촬영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휑한 앞이마 탓에 도무지 새 신랑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시작된 탈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예비신부는 포토샵으로 수정하면 괜찮을 것이라며 위로했지만 '아저씨' 같은 모습에 실망한 류씨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예비신랑이 늘고 있다. 모발은 사람의 인상과 매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탈모 환자는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이 떨어져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면접과 소개팅 등 첫인상이 중요한 자리에서 불이익을 보기 쉽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서양인에 비해 모발 밀도가 낮은 한국인은 5만~7만개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고, 하루에 50~70개가 자연스럽게 빠진다"며 "자고 일어난 뒤 또는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거나 모발 굵기가 가늘어진다면 탈모를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탈모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진단 및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아직 정수리가 훤히 보이지 않는 초기 단계이고 모낭이 살아있다면 모낭주위주사, 자기장(헤어셀), 두피스케일링, 조혈모세포(PRP) 등의 치료로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모낭주위주사는 두피의 혈액순환 촉진과 머리카락 성장에 도움 되는 영양물질을 탈모 부위에 주사해 머리카락 성장을 촉진하고 퇴행을 늦춘다. 주로 초·중기 탈모에 적용된다.
자기장 치료는 두피 주위에 전자기장을 만들어 모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세포분열을 촉진해 모낭 주위의 혈류를 늘림으로써 머리카락 성장을 돕는 방법이다.
두피 스케일링은 죽은 각질, 피지덩어리, 먼지 등 노폐물을 제거해 두피를 청결하게 하고 항염증약물로 염증을 개선한다. 조혈모세포는 자가혈소판을 추출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두피가 휑하게 보일 정도로 탈모가 심하거나, 헤어라인 부위에서 탈모가 진행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모낭이 죽었다면 모발이식이 효과적이다. 자가모발이식은 머리 뒤쪽(후두부)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치료법으로 절편채취술과 펀치채취술로 나뉜다.
절편채취술은 후두부의 일정 부위를 절개해 모낭을 채취한 뒤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다. 대량이식이 가능해 넓은 부위의 시술에 적합하고, 머리 길이가 긴 상태로 시술하므로 모발의 성장 방향을 예측해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펀치채취술은 후두부 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자른 뒤 후두부에서 모낭단위로 하나씩 모낭을 적출해 이식한다. 두피를 절개하지 않아 수술 공포감은 덜하지만 작은 펀치형 흉터가 남는다. 또 기계로 모낭을 하나씩 떼어내야 해 절편채취술보다 많은 양의 모낭을 채취하기 어렵다.
임이석 원장은 "모발이식은 생착률, 이식할 모발 수, 환자 나이, 추후 탈모 진행 방향 등을 꼼꼼히 따져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더운 여름에 모발이식을 받으면 시술 부위가 덧나거나 흉터가 생긴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