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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은 중장년층 전유물? 영유아 '치루' 위험 높아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8-16 11:35




양형규 서울양병원장(왼쪽 두번째)이 치질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치질'을 비롯한 항문질환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영유에서도 비교적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오히려,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기 쉽다.

성인 치질의 대부분이 '치핵'인 것과 달리 영유아는 '치루'에 잘 걸린다. 치루는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질환이다.

아이들은 항문괄약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항문샘 주변 피부와 조직이 약하다. 배변 과정에서 이 부위에 상처가 생기거나 변이 묻으면 세균에 감염돼 치루로 악화될 수 있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소아 치루는 성인과 달리 항문 앞쪽과 뒤쪽엔 잘 생기지 않고 좌우 측방에 여러 개가 나타난다"며 "항문 옆에 생긴 고름이 잘 낫지 않고, 미열과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소아 치루의 80%가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하며, 거의 남아에서만 생긴다. 남자 아이에서 잘 발생하는 이유로는 출산 전 산모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다생성 돼 태아의 항문샘이 깊이 형성되거나, 항문샘 분비물이 끈끈해져 샘이 막히기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항문샘이 깊을수록 세균이 침범해 항문주위 농양이 되기 쉽고, 이 농양이 터지면서 치루로 악화된다. 면역글로불린A가 부족해도 항문샘에 염증이 생긴다. 모유 대신 우유를 먹는 아이는 엄마 젖으로부터 충분한 면역글로불린을 공급받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항문샘이 쉽게 곪을 수 있다.

과거 소아 치루 치료는 염증 부위의 고름만 배농시키고 1세까지 기다렸지만, 치료 기간이 길수록 재발 위험이 높아 최근엔 조기수술을 실시한다. 안쪽 구멍인 내구와 바깥쪽 구멍인 외구를 확인한 뒤 절개 및 봉합해 준다. 성인과 달리 대부분 단수치루라 수술이 간단하고 쉬우며 재발 위험이 적은 편이다.

양형규 원장은 "소아 치루는 면역력이 부족한 아이에서 잘 생기므로 가급적 모유를 먹여 면역력을 높이는 게 좋다"며 "기저귀 발진에 의한 감염이 항문 쪽으로 번져 치루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기저귀를 자주 바꿔줘 항문을 건조하고 청결하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루와 달리 소아 치열은 주로 여자아이에서 발병률이 높다. 주로 항문 앞쪽이 갈라져 배변할 때마다 통증이 심하고 출혈과 변비가 동반된다. 소아치열은 수술이 아닌 보존요법으로 치료한다. 주기적으로 온수좌욕을 하고 항문을 청결하게 한 뒤 연고를 발라준다. 변을 부드럽게 하는 변완화제 등 약을 먹이고, 수분과 야채, 과일 섭취를 늘린다.

직장탈출증도 소아에서 자주 발견되는 질환이다. '아기가 배변 시 빨간색 장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배변 후 들어갔다'며 병원으로 달려오는 초보엄마들이 많다. 이 질환은 2세 미만 소아에서 발생률이 높다. 배변이 끝나면 밀려나왔던 장이 들어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엉덩이가 위로 가도록 눕힌 뒤 숨을 크게 쉬게 하면 들어간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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