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의 불똥이 그가 부사장으로 있던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로까지 퍼지고 있다.
문제는 조 전 전무가 조 에밀리 리란 이름의 미국 국적자란 사실이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다. 이를 어기고 외국인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항공사를 대상으로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항공사업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지난주, 김현미 장관 주재로 차관, 실·국장들이 모여 비공개 대책 회의를 열고 진에어에 대한 항공 면허 취소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항공법 위반 시 면허 취소 등을 명할 수 있다는 참고자료까지 게재해 놓은 상태이다. 특히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논란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도 철저한 내부 감사를 주문한 상황이어서, 조만간 발표될 국토부 감사 결과 수위도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토부가 이처럼 '항공면허 취소'라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온 것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커지기 전까지는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 직을 수행한 것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정부에 대한 비난이 큰 만큼,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항공면허가 취소될 경우 진에어에 근무하는 근로자 1929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진에어 직원들은 대한항공으로 흡수되는 것도 쉽지 않다. 진에어는 2008년 대한항공 자회사 격으로 출범했지만 지난 10년간 대한항공과는 조직과 기능이 분리되어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항공 인프라를 통해 항공기 정비, 여객 서비스 등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여왔지만 인력은 독자적으로 관리되어 왔다.
항공면허 취소는 대량 실직 사태 뿐만 아니라 노선, 승객불편 등 민감한 사안이 많이 걸려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토부는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 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진에어에 대해 제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할 때는 문제 삼지 않다가 갑질 논란이 커진 뒤 면허를 취소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며 "직원들이 죄를 저지를 것도 아닌데 왜 피해를 직원들이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에어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포 기준으로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5.5% 올랐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에는 기업공개(IPO) 작업을 완료했다. 진에어 주가는 정부에서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9일 장중 9.19% 떨어진 2만9150원에 거래되는 등 급락세를 보이다 4.05% 하락한 3만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진에어 직원들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지난 2일 익명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들어 조 전 전무의 '갑질' 의혹과 경영상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공간에는 이미 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특히 진에어가 유니폼으로 청바지를 고집하는 것이 조 전 전무의 '갑질'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객실 승무원이 국내선 비행기 청소를 하는 실태, 기내 면세점 판매 시 계산 착오로 판매금이 부족하게 되면 승무원이 손님에게 직접 연락해 차액을 받아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