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수익을 낸 주요 시중은행들이 3조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씨티·SC제일 등 6개 시중은행의 배당금은 모두 2조7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조1808억원을 기록한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가리키는 배당성향은 지난해 평균 34.5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32.16%에서 2.44%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6대 시중은행의 배당금은 전년과 비교해 8720억원(45.8%)이나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8조237억원으로 2조1040억원(35.5%)이나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의 배당금이 1조원에 육박해 가장 많았고 배당성향도 높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거둔 순이익 2조1035억원 가운데 46.24%에 해당하는 배당금 9726억원을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에 지급했다. 보통주 1주당 1주당 907.35원씩으로, 배당금은 전년에 견줘 3724억원(62.0%)이나 늘어 증가율도 높은 편이었다.
두 번째로 국민은행이 한주당 1583원을 현금 배당해, 6401억원(배당성향 29.44%)을 모회사인 KB금융지주로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전년 37.28%와 비교해 7.85%p나 떨어졌으나 순이익이 1조2104억원(125.5%)이나 증가해 배당금도 덩달아 급증했다. 전년 대비 배당금 증가율은 78.1%로 6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주요 시중은행 중 세 번째로 배당금이 많은 곳은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에 5400억원을 배당한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1주당 340.56원을 현금 배당했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으나 배당성향을 전년 24.74%에서 31.56%로 높여 배당금이 600억원(12.5%) 늘었다.
우리은행은 4억40억원을 배당해 26.71%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기말배당금으로 500원씩, 중간·분기배당금으론 주당 100원씩 총 4040억원어치 현금 배당이다. 우리은행의 배당금은 예금보험공사(18.43%), 국민연금(9.29%) 등의 주주들에게 지급됐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939억원, SC제일은행은 1250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배당금은 해외주주인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으로 돌아갔다. 특히 지난해 영업점을 대폭 줄이면서 투자를 위해 배당 유보 계획을 밝혔던 씨티은행은 결국 배당을 진행해 구설에 올랐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씨티은행 노조가 대대적인 영업점 통폐합에 반발하자 지난해 6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이를 위해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배당을 결정하고 임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는 "배당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착실히 추진해 오고 있다"며 "2017년 회계연도에 일몰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따라 임금인상, 배당금 등에 사용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적인 세금 납부 부담이 없는 수준에서 배당금 규모를 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단 씨티은행 2017 회계연도 배당금은 전년(1146억원)보다 207억원(18.1%) 감소했고, 배당성향은 73.09%에서 37.75%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9)을 도입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과도한 배당금 지급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