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출범 3개월을 맞는 카카오뱅크가 최근 잇단 체크카드 결제 오류 및 무단 인출 사고로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는 사고 때 고객센터 연결이 2~3시간 걸리는 등 서비스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가, 사고원인까지 VAN사 등에 전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사태로 인해 카카오뱅크가 신뢰도 추락과 함께 성장세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을 긴장시킬 만큼 깜짝 실적을 보인 카카오뱅크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타사의 송금 수수료 인하와 비대면 거래 확대 등 '메기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2개월만인 지난달 27일 기준 신규고객 수가 390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대출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예·적금을 합한 수신 금액은 3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체크카드 또한 지난 9월말 현재 280만건의 발급 신청이 됐을 만큼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올해 말까지 ATM 인출 수수료가 면제되는 점 등에서 매력적인 평가를 받아 사용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생소한' 시장에 뛰어든 만큼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우선 체크카드 발급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길게는 8주를 기다린 신청자도 있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창구에서 즉시 발급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이 너무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초기 발급 과정에서는 자동 번역 시스템 문제로 영문명이 잘못돼 재발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로 인해 보안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결제가 정상적으로 승인되지 않아 다른 카드로 재결제를 했는데 한참 후에 결제금액이 빠져나갔다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사이트를 통해 소액 결제가 같은 금액으로 100번 가까이 출금됐음에도 거래 정지는 물론 주의 메시지 하나 없이 무방비로 무단 인출된 사고가 알려지면서 카카오뱅크 계좌를 폐쇄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기본적인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FDS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경고 메시지 등이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에게 빠른 시일내에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측에서는 대행사인 KB국민카드·마스터와 함께 해당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FDS는 고객의 편의성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고객 특성에 따라 적용된다"면서 "범죄 악용 우려로 세세한 케이스 공개는 할 수 없지만, 이번 건의 경우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주 이용자인 젊은 층들은 소액 결제가 많은 편이라 FDS로 걸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신뢰도 추락' 해결 어떻게?
결제 오류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가맹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체크카드는 직불카드와 달리 신용카드와 같은 프로세스로 VAN사(카드단말기 관리·승인·매입·전표 수거 등을 하는 신용카드 결제대행 업체)를 통해 결제대행이 이루어지고 해당 카드사와 은행에 확인 과정을 거쳐 대금 인출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 중 어느 과정에서든 '일시적인 병목현상'으로 결제 지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결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고객센터와의 연결이 2~3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해, 사고에 즉각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제 지연 등은 다른 카드사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지점이 없는 한계와 고객센터 연결 지연 등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상태로 금융거래를 하는데, 즉각적인 고객 대응이 어렵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고객센터 대응 지연에 대해 카카오뱅크 측은 "제2센터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초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등에서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지연 사태와 사고 원인을 '대행사 전산 오류', '단말기 문제' 등 '남탓'으로 미룬 것이, 금융사로서의 신뢰도에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이용자는 "무조건 환불만 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카카오뱅크가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신뢰도 추락 문제가 카카오뱅크의 신용카드 발급 등 시장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가 ATM 수수료 면제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수료 면제 혜택이 끝나면 시장 상황은 변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도 신뢰도 문제로 '수집용 장롱 체크카드'라는 논란이 있는데, 결제 액수가 큰 신용카드로의 확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한편 당초 올해 안에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노크할 것으로 알려졌던 카카오뱅크는 "신용카드 진출 계획은 있지만, 본격적인 준비 단계는 아니고 관련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