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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한국마사회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 기술 '케이닉스'(K-NICKS)를 통해 선발한 Mr.Crow(3세, 수)가 미국 벨몬트파크 경마장에서 개최된 Vosburgh(G1, 1200m, 더트주로) 대상경주에서 아쉽게도 6위를 기록하며 브리더스컵 진출에 실패했다. 케이닉스는 세계최초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경주마 선발 및 최적 교배 프로그램이다.
MR.Crow는 경마 종주국 미국에서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케이닉스 사업의 비전을 제시했다. 데뷔전에서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투지로 2위를 거머쥐었던 것은 물론, 'MSW경주'(신마특별중량 경주)와 'Allowance경주'에서 각각 11과 1/2마신(1마신=2.4m), 6과 1/4마신이라는 엄청난 차이로 우승했다.
선두권에서 밀린 Mr.Crow는 초반 빠른 페이스로 뒤를 쫓았지만, 튀는 모래를 많이 맞으며 경주로 진입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Mr. Crow는 홈스트레치(제3,4코너와 결승선 사이의 직선라인)에서 역전하지 못하며 브리더스컵 진출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브리더스컵의 정식 명칭은 '브리더스컵 월드 챔피언십'으로 성별, 연령별, 거리 및 주로별로 8개 부문에서 챔피언을 선발한다. 켄터키주 렉싱턴의 경주마 생산 목장주 존 R. 게인즈가 더러브렛 경마의 진수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경마상금으로 최고가인 13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총상금을 걸고 1등급 7개 경주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브리더스컵은 세계 각국의 명마를 불러 모으며, 경마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난해 케이닉스 프로젝트의 대표마 'J.S.Choice'가 브리더스컵에 진출하며 한국경마 역사상 첫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비록 다른 말과 충돌로 하위권의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세계적인 명마들만 출전하는 대회에 이름을 올린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기대와 달리 'Mr.Crow'가 브리더스컵 진출에 실패했지만, 케이닉스 사업이 남긴 성과는 한국경마의 국가 말산업 성장에서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J.S.CHOICE', 'Mr.Crow'처럼 케이닉스 기술을 통해 우수한 경주마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의 향후 목표는 브리더스컵 우승이다. 브리더스컵에서 우승한 말은 씨수말로서 몸값이 200억원까지 올라간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케이닉스 선발마를 씨수말로 육성해, 국내에서 우수한 자마를 생산할 뿐 아니라 생산한 자마들을 역수출할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케이닉스 사업은 곧 국가 말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비록 Mr.Crow는 브리더스컵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오는 28일(토) 미국 벨몬트 파크에서 개최되는 Bold Ruler Handicap (Gr.3, 1400m) 경주에 나설 예정이다. 직전 경주에서는 아쉽게도 하위권이었지만, 우천 경주를 경험하며 경험치를 올린 데다 주특기인 단거리 경주라 기대가 높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