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家)를 대신해 삼성그룹을 대표해왔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체제 개편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향후 단행될 인사는 조직 쇄신 차원에서 수년간 재임해온 경영진이 대거 물러나고 젊은 피가 대폭 수혈될 전망이다. 과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부친의 인사를 고려해 최소한 범위에 그쳤던 소폭 인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며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일단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 측근의 경영전진 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등의 특정인사 위주의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의 주요 요소는 계열사 간 업무와 미래사업전략 수립, 계열사 업무 조정 등의 업무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조직 개편의 시기는 11월이 유력시 되고 있다. 통상 삼성 그룹은 12월 초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10월 초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인사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총수 대행 공백과 시스템을 통한 경영안정성 확보를 위해선 빠른 인사 조직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이같은 점에 동의하고 있지만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후임자 인선을 위해서도 이미 인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