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입추를 지나자 한여름 폭염의 맹위도 한 풀 꺾인 느낌이다. 요즘은 극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8월 하순 초저녁은 한낮의 열기가 잦아들어 활동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은은한 달빛을 벗 삼아 호젓한 포행에 나서는 것도 좋은 일상탈출이 된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두둥실 뜬 달빛을 길동무 삼아 걷기 좋은 달빛걷기길 10선을 선정하였다. 서울 한양도성길, 낙동강 하구 생태길 등 전국 곳곳에 자리한 명품 길을 소개한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서울 한양도성길 2코스 낙산 (서울 종로구)
서울 한양도성길 2코스 '낙산'은 한여름 달 뜬 밤, 서울의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걷기 코스다. 한양도성 길 중 가장 쉬운 길로, 마을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인기다. 특히 저녁이 되면 성곽을 비추는 조명이 달빛과 함께 어우러져 늦여름밤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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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길 2코스 낙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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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지점인 광희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광장시장, 신진시장 등 맛있는 미식거리가 풍성한 전통시장이 있어서 연계 별미기행을 즐길 수 있다.
◇코스경로 : 혜화문~낙산공원~흥인지문~동대문 역사공원~광희문(총 3.3㎞, 1시간 30분소요, 난이도 보통)
제부도 제비꼬리길 (경기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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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꼬리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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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번 바다 갈라짐 현상이 일어난다는 명소다. 제부도의 제비 꼬리길의 절반은 바닷가에 데크를 놓아서 만든 길이고 절반은 탑제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탑제산은 해발 66.7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서해바다를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전망포인트가 된다. 마침 서해바다 위로 달이 둥실 떠오르기라도 한다면 환상의 달빛걷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길이 편허개 이어져 가족 단위 밤 길 걷기에도 수월하다.
◇코스경로 : 제부도 등대 주차장~바닷길 전망대~탑제산 남서쪽 출입구~탑제산 정자~탑제산 북동쪽 출입구~제부도 등대 주차장(총 1.9㎞, 1시간 소요, 난이도 보통)
낙동강 하구 생태길 (부산 사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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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생태길의 낙조<사진=부산광역시 낙동강관리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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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들에게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여름밤의 피서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낙동강 하구 생태길 1코스 삼락 맹꽁이길, 2코스 삼락 물억새 길은 가슴이 탁 트이게 만드는 낙동강 둔치를 걸으며 삼락생태공원 주변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억새풀에 흔들리는 달빛을 바라보자면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길이 평탄하고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가족단위 걷기코스로도 권할만하다.
◇코스경로 : 도시철도 구포역~수관교~자연초지 입구~삼락 국궁장(총 5㎞, 1시간 30분소요, 난이도 매우 쉬움)
경주 파도소리길 (경북 경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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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파도소리길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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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만 주상절리대가 있는 게 아니다. 경북 경주에도 있다. 경주시 양남면 하서항부터 읍천항까지 바다를 따라 걷는 경주 파도소리길에는 천연기념물 제 536호인 경주 양남 주상절리대가 펼쳐져 있다. 산책로 전 구간에 경관조명과 주상절리 3개소에 투광기를 설치하여 이색 야경을 선보인다. 해변의 주상절리와 바다 위로 부서지는 달빛을 보며 걷는 기분이 운치 있다.
◇코스경로 : 읍천항 갤러리~읍천항~출렁다리~부채꼴 주상절리~소나무 위로 솟은 주상절리~누워있는 주상절리~기울어진 주상절리~하서항(총 4㎞, 1시간 소요, 난이도 매우 쉬움)
대전 대청호반길 1코스 (대전 대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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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길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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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장강 동정호에 뜬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졌다는 설화가 있을 정도로 호수위에 뜬 달은 더 매력이 있다. 금강과 대청호가 만나는 대청호반길 1코스 역시 대청호에 뜬 달을 보며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는, 풍류가 살아 있는 코스다. 대청호반길 1코스는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라고도 부르는데, 호수 위의 달구경을 하며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코스라는 의미다.
◇코스경로 : 대청문화전시관~하류반환점~문화전시관~대청교~휴게소~댐수문 끝~호반산책로~물 홍보관~주차장(총 6km, 2시간 소요, 난이도 쉬움)
월출산 기찬묏길 1코스 (전남 영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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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묏길<사진=영암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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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 소재 월출산 기찬묏길 1코스는 '달이 솟는 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의 명성에 걸맞게 달빛과 잘 어울리는 걷기길이다. 월출산의 옆구리를 돌아 걷는 기찬묏길 1코스는 각종 기암괴석과 가파른 산세는 물론, 거친 화강암 봉우리 사이를 비추는 은은한 달빛을 즐기다보면 한 편의 수묵담채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코스를 걷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코스경로 : 천황사 주차장~탑동약수터~기체육공원~기찬랜드(총 6km, 2시간 소요, 난이도 보통)
해파랑길 45코스 (강원 속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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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45코스에서 만나는 속초바다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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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5코스는 강원도 속초시를 지키는 두 개의 눈동자라고 불리는 영랑호와 청초호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밤에도 걷기가 좋아 시민들은 물론 속초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야간 조명시설이 잘 갖추어진 영랑호를 거닐며 한여름 밤의 낭만과 달빛을 만끽할 수 있어 명품 길로 통한다. 코스 중반에 위치한 속초등대전망대를 올라 속초의 야경과 밤바다를 감상하며 8월의 열기를 식히는 것도 방법이다. 코스 끝자락인 장사항에서는 소박한 어촌 그대로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자연과 마을이 어우러진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코스경로 : 설악해맞이공원~아바이마을~속초등대전망대~영랑호범바위앞~장사항(총 16.7㎞, 6시간 소요, 난이도 쉬움)
변산마실길 7코스 곰소 소금밭길 (전북 부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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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마실길7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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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마실길 7코스 곰소 소금밭길은 부안 마실길 중 가장 운치 있는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한여름 밤 갯벌을 막아 만든 제방 길을 걸으며 고즈넉한 항구풍경에 녹아드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곰소 소금밭길은 말 그대로 왕포마을에서 곰소염전까지 걷는 코스로, 길을 걸으며 염전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코스이다. 깨끗한 바닷물을 가두어 말리는 증발지 옆을 걷다보면 어느새 달이 증발지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코스를 걷다보면 곳곳에 젓갈을 파는 가게가 나타나며 곰소항에서 절정을 이룬다.
◇코스경로 : 왕포마을~내소사 입구~똥섬~곰소시장~곰소염전(총 12㎞, 3시간 소요, 난이도 보통)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충북 영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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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팔경금강둘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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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양산면에는 양산팔경이라는 아름다운 장소 여덟 곳이 있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그 중 다섯 곳인 여의정, 용암, 강선대, 함벽정, 봉황대를 둘러볼 수 있는 순환형 코스이다. 특히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선대 누대에 올라 금강을 바라보면 저절로 달의 정취에 빠져든다. 코스의 출발지인 송호관광지에는 캠핑장이 있어 야영을 하며 달빛을 즐길 수 있다.
◇코스경로 : 송호관광지~여의정~봉곡교~강선대~함벽정~봉황대~수두교~금강수변공원~송호관광지(총 6.6㎞, 2시간 30분 소요, 난이도 쉬움)
제주 작가의 산책길 (제주 서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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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작가의산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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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거리에서 시작하는 제주 작가의 산책길(유토피아로)은 서귀포에 머물며 빛나는 명작들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도심형 걷기길이다. 작품과 코스마다 조명시설과 가로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달밤에 걷기 더욱 편하다. 이중섭문화거리를 벗어나면 천지연 폭포, 정방폭포 등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야간에는 천지연 폭포를 비추는 조명과 은은한 달빛이 함께 어우러지는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
◇코스경로 : 이중섭미술관~커뮤니티센터~기당미술관~칠십리시공원~자구리해안~소남머리~서복전시관~소정방~소암기념관~이중섭공원(총 4.9km, 2시간 30분소요, 난이도 보통)<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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