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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 중 하나인 코리아나가 위법 논란으로 부활에 적신호가 켜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는 계열사 제품이 상표 기준 미달로 반송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국내외에서 터지면서 창업주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84)의 장남인 유학수 코리아나 대표(57)의 '화장품 명가' 재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리아나 믿고 갔는데 불법 업소였다니…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는 '미용업 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관할 구청장에 신고하여야 하고, 미용사 면허를 받은 자가 아니면 미용업을 개설하거나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번에 적발된 세레니끄 가맹점 중에는 미신고 미용업 영업기간이 2~4년인 업소가 다수 포함됐으며, 최대 4년6개월 동안이나 미신고 미용업 영업을 한 업소도 있었다. 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한 가맹점들은 연매출 1억~3억원에 달했고, 이들 가맹점들의 매출총액은 약 38억원 상당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건 프랜차이즈 본사인 코리아나가 가맹점을 늘리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고객의 신뢰와 직결된 가맹점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코리아나 측은 "가맹계약서상에서 가맹계약 후 매장 오픈 전까지 인허가 부분은 점주가 책임지고 취득할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잘 지켜지고 있는 매장도 있지만 일부 점주들이 취득하지 못한 과정에서 이번의 문제가 발생됐다"고 모든 책임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향후 인허가 사항에 대해 계약 시 가맹계약서 작성 후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제출하지 않으면 매장의 오픈을 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해 100% 인허가 취득 부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뒤늦은 수습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피부 관리실이 무면허 불법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공분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나라는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를 믿고 일반 피부관리실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미용 시술을 받은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 크다.
더욱이 세레니끄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홈페이지에 사과문 조차 올리지 않는 뻔뻔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소비자 피해 구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코리아나에서 운영하는 에스테틱이란 점에 믿음을 가졌던 소비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유학수 대표의 '정도 경영'에도 흠집…화장품 명가 재건 멀어지나?
세레니끄는 피부를 기초부터 근본적으로 관리하는 에스테틱 숍으로 지난 200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코리아나가 매장에 관련 화장품 등을 납품하고 일정한 가맹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리는 형태다.
특히 코리아나는 장기간의 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핵심 인력을 매장에 배치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고, 피부관리 전공 학생들을 채용해 어느 매장에서나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세레니끄가 아직은 코리아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 내외지만 매출은 해마다 꾸준히 늘며 코리아나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혀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무면허 불법영업 적발은 그동안 명품 에스테틱 숍으로 인정받아온 세레니끄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부터 코리아나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유학수 대표의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에도 상처가 나게 됐다. 유 대표는 평소 정도경영을 하지 않음으로써 법적으로 혹은 고객에게 문제가 되면 회사가 지속하기 힘들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오히려 '무면허 불법영업'이란 꼬리표를 붙이게 된 것.
이런 가운데 코리아나를 더욱 난감하게 하는 일이 최근 터졌다. 코리아나가 생산 판매하는 24개 제품이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화장품법을 위반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개월(6월30일~9월 29일)의 광고정지 처분을 받은 것.
식약처에 따르면 코리아나 대표 브랜드인 라비다의 포어솔루션AC아스트린젠트를 비롯해 텐더모이스처클렌징폼, 발효녹두맑은토너 등의 광고에 보습과 살균효과, 상처치유, 피부노화 예방 등의 표현을 써 화장품법을 위반했다.
이와 관련 코리아나 측은 "제품 자체가 아닌 제품에 들어간 성분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학적인 표현이 일부 포함됐다"며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사전 체크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시스템 및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더욱 더 소비자들을 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단순 표기의 실수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며 "코리아나라는 유명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코리아나는 지난 2월엔 계열사인 비오코스가 중국으로 내보낸 20t 가량의 화장품이 상표 라벨링 및 날짜 표시 문제로 반송돼 오는 등 비슷한 실수가 되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코리아나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부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잃을 수 있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당장의 매출 뿐만 아니라 코리아나의 모든 제품 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