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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계의 명장(名將)' 김영관 조교사(57)가 데뷔 14년 만에 한국경마 최단기 1000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3일(금) 1경주에 출전한 '엑톤블레이드'의 우승으로 999승을 기록한 김 조교사는 8경주에서 '삼정어게인'의 우승으로 역사적인 100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25일(일)에는 '보너스II'의 우승으로 통산 2000승을 향한 첫 시작을 알렸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달리는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80년에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기수 시절 알고 지내던 조교사의 권유로 86년에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17년간 뚝섬과 과천경마장에서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혔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김 조교사는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레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김 조교사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은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지만, 김 조교사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김 조교사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김 조교사가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되고 있는 970만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 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를 기수로 태울까 생각할 때 마주가 간섭하면 "말 도로 가져가라"고 쏘아버릴 정도로 권위를 얻게 됐다.
14년간 그가 경주마 관상으로 벌어들인 순위상금만 총 111억원 달한다. 주요 기록으로는 국내 최다 연승마 배출('미스터파크' 2007.3.7.~2012.6.3), 조교사 부문 첫 시즌 100승 달성(2013년 104승, 2015년 108승, 2016년 116승), 9년 연속 다승왕(2008~2016), 국내 첫 통합 3관마 배출(2016년 '파워블레이드') 등이 있다. 이외에도 2017년에는 두바이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트리플나인'을 배출하는 등 한국경마의 굵직한 역사들을 써왔다.
김 조교사는 다시한번 한국 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조교사 부문 역대 최단기간 통산 1000승 달성이다. 마사회가 공식적인 자료 수집 후 집계된 조교사 부문(서러브렛) 통산 1000승은 서울의 신우철 조교사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신 조교사가 1000승을 달성하기까지는 28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김 조교사는 이 기록을 14년이나 앞당겼다.
1000승을 달성한 김 조교사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명마들이 출전하는 큰 국제대회에서는 한국 경주마가 출전권을 부여받는 것조차 힘들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 4대 경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에 3두의 경주마를 출전시켜 애마 '트리플나인'이 당당히 결승전에 출전했고 '파워블레이드'는 두바이 현지 경마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뽑혔다. 분명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반드시 한국산 경주마로 세계 최고의 대회를 우승하는 첫 번째 조교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