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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재벌간 면세점 혈투 점입가경…합종연횡 등 물 밑 경쟁 치열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5-04-22 16:41


유통업계의 명가 신세계도 면세점 혈투에 뛰어들었다.

오는 6월1일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마감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1일 신세계 그룹은 별도 법인을 설립, 면세점 유치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기존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도 참여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대기업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면세점이 뭐길래, 이부진 사장은 범현대가와 손 잡았나

대기업에 할당된 면세점 티켓 두 장을 놓고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 등이다.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도 단독 입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지난 1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손을 잡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사들은 허를 찔린 듯했다.

호텔신라는 롯데와 함께 면세점 분야에서 양강 구도를 구축해왔으나, 올 들어 인천공항과 제주도 시내 면세점 등의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연이어 롯데에 패배했다. 이번 시내 면세점 경쟁에서도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었다. 독과점 논란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입지 확보에 있어 감점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부동산을 확보한 파트너가 절실했던 호텔신라로서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한 현대산업개발과 동맹을 맺으면서 독과점 논란을 덜고, 입지 고민 또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가와 손을 잡는 파격 행보로 호텔신라는 자신들의 경영능력은 강조하고 기존 약점은 날려버리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부진 사장이 보여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입찰 마감 때까지 이들 기업 간 물밑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모두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6조8000억원)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등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로선 현재 안정적 성장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래전략사업으로 면세점을 욕심낼 수밖에 없다.


4강 2약 구도, 유리한 고지 점령 위한 묘안 속출

이달 초 관세청이 밝힌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250점)과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나 SK네트웍스보다는 기존 운영 능력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중 명실상부 면세점 1위를 자랑해온 롯데는 장점이 곧 단점이다. 관세청이 마련한 보세판매장 심사 평가표를 보면 합계 1000점 가운데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이 절반을 넘어선다. 풍부한 면세점 운영 경력을 자랑하는 롯데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절반인 3곳을 운영하고 있기에, 독과점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을 극복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점쳐지는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실정이다. 환경적 요소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설치하겠다"고 선언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코엑스 단지가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데다 컨벤션 센터와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엑스에 면세점이 이미 들어서있다는 점과 함께 경영능력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백화점 또한 묘안을 짜냈는데,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하는 파격을 보였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있어 강세를 보인 모두투어와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했는데, 이는 관광 인프라 등에 있어 점수를 받기 위한 묘수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이 5촌 관계"라며 "삼촌(5촌 아저씨)과 조카도 대결을 하게 하는 면세점 시장인 만큼 향후 40일간 어떤 묘안들이 튀어나오고 합종연횡이 이뤄질지 예측불허"라고 내다봤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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