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개발 사업예산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상용화 프로젝트에 지원된 자금이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이는가 하면, 스마트TV 기술 개발에 지원된 자금이 다른 분야에 사용되기도 했다. ICT 연구개발 사업예산은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에 초석이 되는 만큼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분야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만 이뤄졌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일 감사원에 따르면 미래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감사 결과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4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예산 지원 이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만큼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산은 증가에 따라 지원 관련 기획 선정과정부터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더 심한 사례도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비욘드(Beyond) 스마트TV 기술개발' 관련 협약을 맺고 2011년부터 4년간 정부출연금 374억원을 지원했다. ETRI의 과제 책임자 B씨는 협약과 무관한 특허 31건을 해당 과제 성과처럼 꾸며 허위 연구결과를 제출했지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성과를 인정했다. B씨는 이후에도 다른 과제의 특허 12건을 해당 과제의 성과로 부풀려 보고했다. 허위 연구 결과임에도 미래부는 B씨의 연구성과를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ICT 지원 정부예산 활용에 대한 관리감독이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정보통신진흥원의 관리감독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연구개발 성과를 면밀히 평가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리자가 특정업체에게 금품수수…모럴해저드 위험수위
ICT 지원 사업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외에도 직원의 모럴해저드도 위험수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직원 C, D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진흥원이 지도 감독하는 업체들로부터 8억4000만여원을 챙긴 뒤 이를 지인들과 나눠가졌다. 가령 C씨는 모 업체 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은 현금 7000만원을 룸살롱에서 전달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 직원 E씨는 산하기관을 상대로 방송통신융합 기반 구축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900만원이 입금된 체크카드를 받아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IT 개발과 관련한 정부 지원예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ICT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에게 예산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