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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서강대 출신 '서금회' 논란 증폭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4-12-02 14:59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떠난 금융권에 '서금회'가 위세를 떨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연임이 예상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지난 1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 것도 서금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정설이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이광구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 3명을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을 위한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행추위는 오는 5일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후 최종 후보를 선정, 9일 임시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안팎에선 2주전부터 이미 차기 행장으로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이순우 행장이 갑자기 후보를 사퇴한 것도 서금회가 정권 실세를 통해 정부 고위층을 움직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서금회의 위세를 신(新)관치의 부활로 보고 있다. 이순우 행장의 경우 우리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실 덩어리'로 불리던 우리은행의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수익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큰 손실을 초래한 모뉴엘 사태와 관련한 부실 대출이 우리은행에는 1원도 없다는 점이 달라진 우리은행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이 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서 경쟁을 포기함으로써 서금회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출신 금융권 동문이 모임을 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서금회의 회원수가 300여명으로 급팽창해 본격적인 세를 형성했고, 서금회 멤버들은 올해들어 잇따라 금융권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시절 이 대통령과 동문인 고려대 출신들이 금융권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그 자리를 서강대 출신들이 이어받은 양상인 것이다.

서금회는 올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을 배출한데 이어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도 서금회 멤버다. 또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등도 역시 서금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박근혜 정권 초반에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서강대 학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학맥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금융권의 요직을 독식할 경우 금융선진화는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내분사태 때 별 사외이사들이 별 역할을 하지 못하자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놓는 등 개혁의 칼날을 빼들었다. 하지만 서금회 논란과 맞물려 스스로 관치금융의 굴레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금융 선진화를 운운하지만 실상은 금융 후진화를 주도하는 세력들"이라며 "진정 민간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마음이 없는 한 금융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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