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이나 미뤄졌던 용산 장외발매소가 지난주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이 녹녹치 않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시범운영 첫날인 지난달 28일은 16명, 이튿날인 29일은 171명의 고객이 발매소에 입장했다. 시범운영 첫날 입장한 16명의 고객 수는 마사회가 설정해둔 입장정원 1500명의 1%였고, 시범운영기간 정원인 400명과 비교해도 불과 4%수준이다. 이튿날 기록한 171명도 시범운영기간 정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참여연대 등 17개 시민단체와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이하 대책위)는 개장 당일 용산 발매소 입구를 봉쇄하며 출입을 차단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이곳에 장외발매소가 들어서면 인근학교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되며, 지역은 무법천지화 되고 쓰레기나 나뒹구는 슬럼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대해 마사회측은 "학생의 통학안전 및 주민 생활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요원 12명을 배치하고, 고성능 CCTV 30개를 신규 또는 교체 설치했다"며 "또 지역발전 기금 10억원 지원과 20억원 규모의 장학사업 시행, 공부방 개설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상생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사회와 대책위의 갈등은 경마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른 것이다.
대책위가 '경마는 도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마사회는 고급스포츠로 인식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실제 외국의 경우 미국의 유명 경마대회인 켄터키더비는 매스컴으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2분'이라 찬사를 받으며, 일생에 꼭 한번은 봐야할 3대 스포츠로 꼽히고 있다. 또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지금도 경마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경마장을 찾는다는 게 마사회측 얘기다.
마사회측은 "3~4개월간 발매소를 운영한 뒤 존폐여부를 결정한다고 이미 공언한 상황"이라며 "마사회의 공약이 지켜지는 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한 뒤, 실제 행동을 취해도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발매소에 대한 대책위의 '원천반대'와 마사회의 '시범운영 후 존폐결정'간 갈등 구조가 어떤 해법을 찾게 될지 경마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용산 장외발매소가 개장했지만,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의 반대에 부딪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슬기로운 해법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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