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님 사랑합니다"로 대표되는 상담사들이 심각한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상담사의 94%가 악성 고객의 폭언에 힘들어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주 20회까지도 인권침해 고객에 시달려왔다.
더구나 상담사 두 명 중 한 명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남자 상담사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들 성희로 피해자 가운데 성별 관계없이 나이가 어리고 야간 근무자일수록 빈도수가 높았다. 첫 근무부터 3개월 이내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답변도 33%나 차지했다.
설문에 따르면 이런 인권침해 고객이라고 할지라도 상담사들의 88%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응대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상담사들에게 가장 힘든 유형의 고객은 누구일까. 성희롱보다 억지부리는 고객이 더 힘들다는 응답이 나왔다.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 서비스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 고객이라 하더라도 전화를 끊지 못하는 점을 약점으로 괴롭히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밥 먹고 올 테니 기다려"라는 말 한마디 해놓고 전화를 끊지 않은 채 3시간 넘도록 상담사를 꼼짝 못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내는 통화도 다반사다.
상담사들은 인권침해 고객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 '인간 이하 취급을 받으니 모멸감을 느낀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것 같다',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 자존감이 떨어지다 보니 이직에 대한 충동도 다른 업종보다 높다.
실제 설문 참가자의 78%가 인권침해 고객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이직하는 동료를 본적이 있고, 79%는 본인도 이직에 대한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이직률이 16.8%(한국산업기술협회 2011년 조사 결과)인 것에 비해서도 엄청난 차이다.
심각한 인권수준에 비해 사회의 감정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56%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26%는 말은 많은데 '실질적인 개선 노력이 없다'고 답했다.
상담사들이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것은 인권침해 고객으로 판단시 완전 차단해주는 것이다. 한번 상담사를 괴롭힌 사람은 2차 3차 상담사에게도 똑같이 폭언을 퍼붓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상담전화 중이라도 인권침해 고객으로 판단 시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도록 매뉴얼화하고 상담사에 권한을 주는 것을 꼽았다.
NS홈쇼핑 관계자는 "NS홈쇼핑은 습관적으로 성희롱, 폭언, 모욕 등을 하는 인권침해 고객들로부터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11월 1일부터 특정 인권침해 고객이 상담사들과 통화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시스템 마련에 앞서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해 타인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하는 건전한 사회 문화조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