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 그중 스페인을 열차로 여행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여정은 15~16세기 대항해시대의 절대강자 스페인의 영광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다. 코발트빛 하늘과 황금색으로 빛나는 건축물이 멋진 조화를 이룬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광장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가 있고,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예술혼이 서린 바르셀로나 또한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개성과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열차의 낯선 흔들림을 리듬삼아 차창 밖 풍광에 몰입하는 것도 열차기행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은 끊임없는 구릉과 평원이 펼쳐진 이색지대로, 남부유럽의 분위기는 물론, 사막화가 진행 중인 북아프리카, 미국 네바다주의 풍광과도 오버랩 된다. 마침 이베리아반도는 대서양-지중해와 연접한 유럽대륙 남단에 자리하고 있어 이즈음 따스한 봄기운을 받으며 여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스페인)=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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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국경을 넘어 스페인 평원을 힘차게 달려온 열차 앞에는 새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시야에 들어오는 거대한 빌딩군락. 포르투갈과는 또 다른 감흥이다. 동틀 무렵 열차는 마드리드 외곽 차마르틴역에 도착한다. 마드리드 시내 투어를 위해서는 그 출발점인 아토차역으로 향해야 한다. 우리의 서울역에 해당되는 곳으로, 역사 주변은 무장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하다. 수년 전 바스크 분리족의 열차 테러사건이후 경비를 강화한 탓이다. 아토차역은 천정이 아주 높다. 역사에 실내 보태니컬 가든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차를 갈아타는 열차 이용객에게는 더없는 쾌적한 휴식 공간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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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는 광장문화가 잘 발달된 도시다. 시내 곳곳 주요 지점에 크고 작은 광장이 들어서 있다. 광장에는 저마다 개성 넘치는 스토리와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아울러 광장과 광장을 수많은 골목이 연결한다. 그 골목에는 레스토랑, 선술집인 '메종', 기념품가게, 재래시장 등이 펼쳐져 있다. 따라서 광장순례 또한 마드리드를 효과적으로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마드리드의 대표적 광장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의 '푸에르타 델 솔'이다.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광장은 여행자들은 물론 마드리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매년 12월 31일이면 인근 성당에서 들려오는 새해 첫 종소리를 듣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 든다. 솔 광장 한쪽에 세워져 있는 곰 조각상은 마드리드의 상징쯤으로 방문객들의 포토 존이 된다. 아울러 광장에는 마드리드 기점 국도의 시발점을 알리는 도로원표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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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 광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의 악사와 무명 예술가들의 즉석 퍼포먼스도 큰 볼거리가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함부로 카메라 들이댔다가는 집요하게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광장 시계탑은 매년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이뤄지고 있는데, 예전 이곳 광장에서는 종교재판, 화형식, 투우 등이 열리기도 했다.
마요르 광장 인근 골목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레스토랑 '보틴'이 있다. 172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헤밍웨이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마요르 광장 북쪽 리베라 데 쿠르티도레스 거리 근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또한 마드리드의 명물이다.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이른 아침부터 오후 2시까지 장이 서는데, 골동품과 재활용품,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때문에 시장구경은 마드리드 사람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는 살가운 문화기행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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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돈키호테 동상이 있는 스페인광장, 마드리드 왕궁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광장도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광장 투어 도중 만나는 산 미구엘 마켓은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 등 명사들이 즐겨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미식거리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개성과 열정이 넘치는 도시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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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첫 느낌은 세련미다. 곳곳에 예술가의 혼이 깃든 걸작이 즐비하다. 예술작품은 차치하고라도 바르셀로나 역사 위층에 자리한 호텔 입지부터도 인상적이다. 고속열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호텔 프런트다. 여행자의 동선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 입지로, 일본의 역주변 관광호텔 입지를 한 차원 넘어선 경우다. 특히 세련된 인테리어에 다양한 크기의 회의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과연 세계적 관광도시의 인프라 답다.
가우디의 명작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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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옛 고유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카탈란 모더니즘'의 대표주자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이 예술 운동의 중심에는 가우디가 있었고,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밀라'등 9개의 역작을 바르셀로나에 남겼다.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을 이용해 건축물을 설계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 자리한 고급맨션 '카사 밀라'가 대표작으로, 그가 추구한 부드러운 곡선이 잘 살아 있다.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면 건물 내부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꼼꼼히 돌아볼 수가 있다. 맨션 곳곳에서 마주치는 독특한 디자인을 감상하다보면 가우디의 상상력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카사 밀라 4층 일부에는 실제로 이 건물에 살았던 상류층의 생활상을 재현해놓았다. 문고리 하나, 가구하나에도 자연미와 인체공학을 결합한 그의 오가닉 스타일이 잘 배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카사 밀라의 압권은 옥상 정원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형물이 세워진 정원은 영락없는 판타지 세상이다. 특히 밤이면 작품 곳곳에 조명을 해두어 더 환상적 풍광이 펼쳐진다. 1906년 카탈란 모더니즘이 절정에 달했을 때 건설을 시작했고 1912년에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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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족 성당'이라는 뜻을 지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2세기에 걸쳐 짓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완성도에 대한 열정과 집요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의 중앙 정부나 지자체들이 임기 내 서둘러 뚝딱해댔던 일부 토목공사, 건설공사와는 너무도 다른 마인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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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가는 길=이베리아반도 열차기행을 위해서는 먼저 포르투갈 리스본을 찾아야 한다. 인천에서 리스본까지의 직항 편은 없다. 파리를 경유해 리스본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등을 이용하면 경유시간 포함 15~16시간 정도소요 된다. 유럽의 대도시로 향한 뒤 비행기나 기차로 다시 이동하는 것도 방법.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스본까지는 야간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은 특급 아베열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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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거리=철판 볶음밥 파에야가 대표 음식이다. 또 돼지 뒷다리의 넓적한 부분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바람에 건조시킨 스페인의 전통 햄, 하몽도 맛있다. 와인 생산량은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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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 열차기행에는 레일유럽을 이용하면 된다. 레일유럽은 프랑스 국영 철도청(SNCF) 와 스위스 연방 철도청(SBB)의 합자회사로 유럽 열차 티켓과 유레일패스 등 각종 철도 패스를 배급하고 있다.
◇루지타니아 (Lusitania)=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이나 프랑스까지 여행할 수 있는 수드-엑스프레소(Sud-Expresso)나 루지타니아 콤보이오(Lusitania Comboio) 호텔 야간 열차와 같은 국제 구간도 운행하고 있다.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마드리드 차마르틴역' 8시간 40분소요.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서 해당 운행 기차의 구간권 티켓 구입이 가능하며, 일정기간 동안 해당 국가의 국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1개국 패스 또는 2개국 패스를 선택해 여행할 수도 있다
◇스페인 아베(AVE)=아베('AVE')는 'Alta Velocidad Espanola'의 약자로, '스페인 초고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페인어로 '새'를 뜻하는 'ave'와도 그 표기법이 같다. 최고 시속 300km까지 운행되며, 스페인의 모든 주요 도시들이 아베로 연결되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와 같은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2시간38분소요.
자세한 상품 문의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가능하며,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웹사이트(www.raileurope.co.kr) 에서는 여행자의 일정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철도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