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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홍의 88365] 병 주고 약 주는 활성산소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3-02-22 09:33 | 최종수정 2013-02-22 09:33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쓸모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재상 범려의 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이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한신이 제거당하면서 남긴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 이를 도운 공신들이 있게 마련이다.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아니라 군사를 동원하여 피를 뿌린 정권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정권을 잡기 위해 이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정권을 잡고 난 후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권력을 잡고 난 후에는 피의 숙청이 따르게 된다.

우리 몸의 산소도 공신과 같은 존재다. 산소는 몸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역할을 마치고 활성산소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면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대부분 생명체는 공기 중의 산소를 호흡하여 영양분을 산화시켜 얻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명을 유지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활성산소이다. 산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호기성 생물은 활성산소를 피해갈 수 없다.

활성산소는 적당량 발생되면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체의 파수꾼이 된다. 그러나 과다 발생되면 조직세포가 늙어가게 된다. 암이 생기며,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생물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면서도 위협적인 존재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과잉 발생한 활성산소에 의해 매일 약 10만 번의 공격을 받는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몸은 대사를 통해 자체 생성되는 항산화 효소나 외부에서 섭취한 비효소물질인 항산화제(antioxidant)를 통해 활성산소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면 자동적으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체내 방어시스템을 유지해주는 항산화 효소가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시킨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중화시키고, 활성산소의 공격에 의한 지질, 단백질, 핵산의 손상들을 차단 또는 억제하고 지연시켜 질병을 예방하는 물질이다. 주된 기능으로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고,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그 활성을 낮추며, 손상된 곳을 복구하여 정상상태로 재생한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되면서도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이 되는 '병 주고 약 주는' 두 가지 성질을 가져 인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산소를 소비하고 사는 생물이 왜 스스로 독성물질인 활성산소를 생성시키고, 만들어낸 독성 유해물질을 다시 억제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밖에 말할 수 있다. <홍성재/의학박사, 웅선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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