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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호흡 정지돼도 10명 중 3명은 살릴 수 있다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1-20 13:20 | 최종수정 2013-01-20 13:20


평소 고혈압이 있던 50대 남성이 회사 앞의 눈을 쓸다가 갑자기 쓰러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검사결과 뇌출혈로 확인돼 치료를 받던 중 4일째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하여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게 됐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원인에 따라 예후가 다르지만 사망률이 22~41%에 이르는 중증질환이다. 체내에 충분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대로 두면 환자는 저산소증으로 장기손상이 불가피하다.

이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호흡기센터(센터장 현인규)팀은 이 환자에게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을 시행했다. ECMO 치료 2시간 후부터 환자의 산소수치와 혈압은 안정되기 시작했고, 급성호흡곤란증후군도 호전되어 6일째는 ECMO를 제거할 수 있었다. 2주째부터는 인공호흡기도 제거하고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ECMO, 망가진 심폐기능을 대신한다

이 남성은 폐기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호흡이 멈춘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기적같이 회생해 건강해졌다.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은 일명 '에크모(ECMO)'라고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다. 이 장치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말 그대로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공 심장' 혹은 '인공 폐'라고 불린다.

동맥-정맥 혹은 정맥-정맥에 도관을 삽입해 에크모 장치에 연결한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에크모 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는 공급해 전체 장기 및 조직에 혈액산소가 원활하게 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혈액을 밀어내는 박동 역할을 하는 심장근육을 대신해 펌프기능도 해 준다. 이를 통해 낮아진 산소포화도가 높아지고, 기능이 저하된 심장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순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급성호흡부전이나 급성심부전, 심장정지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은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에크모 장치를 활용해 떨어진 심폐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능을 유지시키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관상동맥혈관을 넓힌다든지, 또는 패혈증, 폐렴에 대해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등 심장마비나 급성호흡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질환에 대해 치료를 하게 된다. 한림대학동탄성심병원 호흡기센터 김철홍 교수는 "에크모를 활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99% 사망할 수밖에 없는 심장마비, 급성호흡기능부전 환자중 20~40%는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는 ECMO 전담팀을 꾸릴 예정이다. 이 팀에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등 관련과 전문 의료진들이 응급상황 시 곧바로 참여하게 된다. 그 외 (혈관촬영실 기사, 간호사, 체외순환사, 전공의 등도 30분 이내에 병원으로 곧바로 모여 시술현장에 동참한다.

김철홍 교수는 "지역병원이나 응급구조대와의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에크모 전담팀이 대기하고 있으면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ECMO 전담팀을 운영하게 되면 심장정지나 급성호흡부전 등 긴박한 상황에 빠진 환자 10명 중 3명을 생존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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