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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대 명산 찾기-94차 태기산] 단풍, 안개에 갇히다

권영한 기자

기사입력 2012-10-19 10:52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명산'의 94차 산행지인 강원도 횡성군과 평창군 경계에 위치한 태기산.
평창=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 2012 10 14 /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 - 94차 태기산>

가을 단풍의 붉은 빛이 짙은 안개에 갇혔다. 불과 10여 미터 앞에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뿌옇게 흐려질 정도였다. 하물며 구비구비 산자락 너머로 이어질 단풍의 행렬이 보일리 없었다. 단풍을 덮은 안개가 얄미웠지만 이 또한 가을의 이면이었다. 단풍이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산이 입는 가을옷이라면, 안개는 대기의 가을옷이었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94번째 산행지로 강원도 횡성과 평창의 태기산을 찾았다. 산행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출발 지점은 평창군 봉평면 구두미재였다. 구두미재는 태기산 남쪽 자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6번국도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등산로는 어른 한 명이 지나기도 버거울 만큼 좁았다. 잣나무숲이 빽빽했고 산죽이 무릎 높이만큼 자랐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 화전민이 살던 지역을 정리하고 집단 이주시킨 뒤 잣나무 조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안개가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를 엄습한 건 산행 시작 30분 만이었다. 안개는 사방에서 순식간에 밀려왔다. 등산로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려왔는지 발 밑에서 머리 위로 퍼진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한 번 덮인 안개는 산행이 끝날 무렵에서야 물러났다. 낮 열 두시를 넘어서였다. 횡성군 녹색성장과의 양명모 계장은 "태기산은 10월이 되면 오전에 안개가 자주 끼는 편이다. 일교차 때문인데, 오후엔 시야가 좋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개에 덮인 길은 스산했다. '백산찾사'를 제외한 등산객을 만난 건 하산할 무렵 단 한 번 뿐이었다. 일요일인데도 태기산을 찾는 사람의 발걸음은 드물었다. 태기산은 낯선 이름이다. 횡성군에서 제일 높다고 하지만, 근처에 다른 명산이 많다. 오대산과 가리왕산이 위아래로 자리하고 있고 계방산과 선자령, 능경봉 등은 겨울 산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태기산 정상엔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어 일반 등산객의 출입이 제한된다. 대신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쫓아가야 하는 주말 북한산이나 설악산에선 느낄 수 없는 고요와 원시성을 맛볼 수 있다.



구두미재에서 태기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2.2㎞. 중간에 10분 정도씩 두어번 쉬고, 촬영 때문에 몇 번씩 지체했음에도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15분쯤. 건강한 성인 남자가 무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걸으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듯 싶었다. 다른 산과 달리 정상까지 오면서 숨을 헐떡거리게 할만큼 가파른 오르막이 없는 덕분이다. 구두미재의 해발고도가 950m였고 산 정상이 1261m이니 길이 쉬울 수밖에 없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정상에 서서도 볼 수 있는 건 군사시설의 철조망 뿐이었다. 미련 없이 정상을 버리고 양구두미재로 향하는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올라오던 길에 비해 땅이 질퍽했다. 발목 깊이로 빠질 만큼 얕은 늪지대가 있었고 그 위로 통나무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30분쯤 내려가자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임도가 나왔다. 양구두미재까지 포장과 비포장이 섞여 있는 임도가 연결돼 있다. 길을 걷다 하얀 등대같은 시멘트 기둥이 하나 보였다. 머리 위에서 우우웅 하고 경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다. 이곳이 태기산 풍력발전단지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터빈의 날개 돌아가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개 너머로 검은색 날개 형체가 돌아가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낮 12시 반쯤 경찰전적비가 있는 양구두미재에 내려섰다.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혀 있었다. 그제서야 누렇게 물든 산야가 눈에 들어왔다. 안개 너머 가을이 익고 있었다.
글,사진=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태기산 산행에선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여성 산악인 김영미씨가 '등산에도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김 강사는 "주말에 등산을 하기 위해선 평소에 적당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며 겨울의 산악스키와 겨울 외 나머지 계절의 사이클 훈련에 대해 소개했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에서 등산과 트레이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여성산악인 김영미씨.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 2012 10 14
산행 참가자

박금자 이영우 김호영 양승택 송현수 송영옥 최안수 장병제 김미선 이재승 김낙원 주미영 박명희 최계원 정근호 이소라 김혜연 박정순 장인혜 장준태 박정자 김영철 이경순 김동 김계만 김현아 허관회 강정자 김수현 이경환 하상기 정두원 황은숙 김미진 조희영 강종규 김호돌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군 최고봉(1261m). 횡성군 청일면, 둔내면과 평창군 봉편면의 경계에 있다. 오대산 차령산맥의 줄기다. 태기산 산행은 양구두미재에서 시작해 청일면 신대리 쪽으로 하산하는 게 일반적.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봉복사와 진한의 마지막 왕 태기왕이 쌓았다는 태기산성, 풍력발전소, 성골 계곡, 이효석 문학관 등으로 유명하다.



태기산 정상의 모습.




안개 속에서 살짝 위용을 드러낸 풍력발전기의 모습.

100대 명산 찾기 94차 산행지인 태기산 등산을 모두 마친 후 방문한 인근의 허브나라 농원.


양산 취서산 산행에 초대합니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2년 11월 10~11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취서산(영축산·1081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취서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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