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헬스걸'에서 19주만에 30kg, 43kg을 감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대단한 일이지요. 저렇게 할 수만 있다면 비만 의사가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헬스걸들의 일상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하루 평균 3끼 식사를 하면서 섭취량은 약 1500~1700Cal의 열량을 지켰고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의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이희경씨는 "매주 방송에서 체중을 공개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이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더군요.
많은 비만인들이 "제가 의지가 약해서요"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분을 처음에 만나보면, '아! 이 분이 체중을 잘 줄이겠다, 아니겠다'는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가장 체중 감량이 안되는 분들은 "친구가 여기 다니면서 체중을 잘 줄였다길래 저도 따라와봤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스스로의 동기가 부족하고, 이 병원만 다니면 저절로 체중이 줄 것이라는'마술적인 기대감' 때문입니다.
저희가 비만을 공부하고,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모든 약품과 영양, 운동을 연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분 모두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폐암에 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고 해도, 환자가 계속 흡연과 음주를 한다면 폐암을 완치시키기란 어렵습니다.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한 당뇨의 권위자 허갑범 선생님도 당뇨약을 아무리 잘 쓰더라도 환자가 스스로의 식생활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비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약을 잘 쓰고, 환자분께 정확한 식사량과 운동량의 교육을 하더라도, 환자분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소용없습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공부보다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아버님께서 위암 수술을 받으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친구의 손을 10분간 꼭 잡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 친구가 변했습니다. 삼수 끝에 결국 SKY 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은 대기업 간부로 근무하고 있죠. 그 친구는 "아버님이 수술 전 내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이제는 내가 내 인생을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하더군요.
결국 '동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요. 스스로 하려는 마음 말입니다. '헬스걸'들이 매주 TV에서 몸무게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과연 이렇게 체중을 줄일 수 있었을까요? 또한 그들을 도와준 주위 친구들이 없었다면 스스로 줄일 수 있었을까요?<나우비클리닉 원장,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