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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 전 혈관건강 꼭 체크하세요'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1-06-17 14:29 | 최종수정 2011-06-17 14:29


외국계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김수희씨(여·31). '비행의 꽃' 승무원답게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매너까지 갖춘 그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얼마 전 자신의 다리 뒤쪽에 혈관이 파랗게 도드라져 보이는 증상을 발견한 것. 이후 치마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조금만 오래 서 있어도 다리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컨디션 탓이려니 하고 쉬는 날마다 다리 마사지를 받았지만 날이 갈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왼쪽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여서 간단한 주사 치료만 받고 업무에 복귀한 김씨는 자신처럼 하지정맥류를 앓았거나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선배와 동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김씨는 틈날 때마다 하지정맥류 재발을 막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고 있다.

항공기 안에서는 기압 낮아 혈액순환 장애

하지정맥류는 대표적인 혈액순환 장애의 하나로 다리 정맥 판막에 이상이 생겨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 핏줄에 고여 생기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다리의 핏줄이 굵게 튀어나오고, 조금만 오래 서 있어도 다리가 쉽게 붓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정맥류는 유전으로 인한 선천적 요인 외에도 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는 하지정맥류와 같은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승무원이나 장거리 여행자들은 좁은 기내에서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 있기 쉬운데, 이 때 다리로 내려간 피가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정맥 혈관에 고여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지정맥류가 정맥 판막의 이상에 의해서 생기는 질환인데 비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정맥에 혈전(피떡)이 생겨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발생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의학용어로는 심부 정맥 혈전증이라고 부른다. 정맥의 피가 응고돼 깊은 부위의 정맥에서 혈전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심장을 거쳐 폐동맥으로 들어가 혈관을 막음으로써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맥박수 증가, 저혈압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장시간 침상에 누워있을 때, 외상을 입었거나 수술을 한 후, 과거에 혈전증이 나타났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증상은 다리 피부색이 변하거나 갑자기 다리가 붓고, 걸을 때 장딴지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혈전이 생긴 핏줄을 따라가며 눌러보면 통증이 느껴지고 혈관이 만져지기도 한다.

장거리 항공기 여행자의 경우 앉아 있을 때는 아무 증상이 없지만 일어나거나 움직일 때 혈관 속의 혈전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폐동맥이나 심장 혈관을 막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에스병원 정맥류클리닉 소동문 원장은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는 혈액이 잘 돌지 못하고 혈관 내에 혈전이 생기기 쉽다"며 "좁은 기내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한다면 물을 자주 마시고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정맥류 환자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발병 위험 높아

비행기나 기차 등을 이용해 여행할 때는 최대한 편안한 차림을 하는 게 좋다. 종아리나 발목에 꽉 끼는 부츠나 굽 높은 신발 등도 다리 정맥을 압박해 다리를 붓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도록 한다. 또 틈틈이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앉아 있을 때도 발과 무릎을 자주 주물러 주도록 한다. 물이나 과일주스를 마셔 부족하기 쉬운 수분을 보충하되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알코올은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하지정맥류 환자라면 장거리 여행 전 미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일 때는 주사 요법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증상이 심하다면 레이저 요법 등으로 튀어나온 정맥 혈관을 제거할 수 있다.

소동문 원장은 "평소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환자는 장거리 비행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며, "장거리 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아스피린 같은 항응고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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