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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완연한 봄, 그러나 골프장엔 찬바람이 여전하다.
전 지역 이용객 수가 감소한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제주도였다.
2022년 총 이용객이 281만명이었던 제주도는 지난해 239만명에 그쳐 15%의 감소율을 보였다. 제주도는 18홀 환산 1홀당 이용객 수에서도 3883명에서 3300명으로 15% 감소했다. 코로나 종식 후 해외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제주 골프 수요가 해외로 이탈한 게 뼈아팠다.
이런 위기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 외에도 전국 모든 지역의 골프장 이용객 수가 감소했다. 전북은 지난해 이용객 수가 216만명에서 195만명으로 줄었고, 광주-전남도 418만명에서 386만명으로 하락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용객 수가 1000만명대인 서울-경기 역시 2022년 1711만명에서 1635만명으로 감소했다.
이럼에도 골프장 수는 더 늘어났다. 지난해 골프장 수는 전년 대비 1.6%(514개→522개) 증가했다. 골프장과 홀 수가 늘어난 반면, 내장객 수는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불균형 여파가 더 커지고 있다.
골프 부킹플랫폼 XGOLF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예약 완료 건을 토대로 산정된 수도권 그린피는 18만 5159원으로 조사됐다. 제주(15만3286원), 강원(14만5226원), 전라(14만165원) 순이다.
최근 내장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골프장들은 파격 특가로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린피 뿐 아니라 카트피, 캐디피, 식음료 등 부대 비용을 합하면 최소 25만원 가량의 라운드 비용이 필요하다. 높은 물가를 고려한다고 해도 여전히 비싼 금액이다.
손님이 줄어드는데도 가격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골프장 관계자들은 코로나 시절을 거치며 상승한 인건비와 관리 비용을 꼽는다. 하지만 앞서 유례 없는 호황을 거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기억이 가격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실질적 이유로 꼽힌다.
가격 경쟁력 약화, 그로 인한 대중의 무관심이 불러올 결과는 자명하다. 이웃 일본에서 일찌감치 증명된 바 있다. '버블 경제' 시절 우후죽순 생겨 성황을 이루던 일본 골프장들은 장기 불황과 고령화를 거치면서 하나 둘 씩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일부 골프장은 태양광 사업을 위한 부지가 되기도. 국내 골프시장은 일본보다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지금보다 골프 인구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앞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