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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in 골프]메이저 우승 꿈 미룬 김세영, 실패에서 길을 찾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9-18 05:30


김세영,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2위  사진=연합뉴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때론 당혹스럽다. 많은 경우 '실패가 실패를 낳는' 상황에 직면한다.

운동이나 다이어트, 금연 등을 생각해보자. 굳게 마음 먹고 꾸준히 실천해 가다가도 딱 한번의 유혹에 못 이겨 덜컥하는 순간 고비가 온다. 깨진 약속, 그 한번의 실패가 발목을 잡는다. 한번 어긋나면 계속 어긋날 확률이 높아진다. 실패의 관성화다. 그러다 슬그머니 포기하고 만다. 작심삼일이 완성되는 과정. 이래서는 그 어떤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하지만 성공은 최종적이다. 중간에 작은 실패가 끼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실패와의 절연이 중요한 이유다. 어제의 실패에 오늘이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

골프도 사는 걸 닮았다. 한 홀의 실패가 다음 홀의 실패를 낳기도 한다. 전 홀에서 결정적인 샷을 놓치면 왠지 라운딩 전체를 망친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든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또 다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먹구름 처럼 몰려온다. 자칫 트라우마나 입스가 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골프를 그만두기도 한다.

실패는 그 홀에서 끝내야 한다. 그래서 노련한 골퍼들은 나름대로 실패와의 절연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방법은 제 각각이다. 타이거 우즈처럼 때론 과도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다른 선수 플레이를 위축시키거나, 자신의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과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이 모든 루틴이 전 홀의 실패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홀에 임하기 위함이다.


김세영, 에비앙 챔피언십 3R 단독 2위…선두와 2타 차  사진=연합뉴스
'빨간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5)이 아쉽게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놓쳤다.

김세영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52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자 안젤라 스탠포드(12언더파 272타)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충분히 역전 우승이 가능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실수와의 절연에 실패한 탓이었다. 문제는 타수를 줄이기 쉽게 세팅된 9번홀(파 5)에서 시작됐다. 선두 에이미 올슨과 공동 선두를 달리던 김세영은 2m 안쪽의 완벽한 버디 찬스를 잡았다.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찬스. 하지만 김세영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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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쉬운 실패가 후반에 김세영의 발목을 잡았다.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집착 만큼 큰 실망의 쓰나미가 덮쳤다. 신체 메커니즘이 달라졌다. 무의식 중에 리듬과 밸런스가 살짝 흔들렸다. 이어진 10번 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러프로 갔고 쓰리온, 쓰리퍼팅으로 더블보기. 순식간에 선두와 2타 차로 멀어졌다. 김세영은 이 두번째 실패도 극복하지 못했다. 11,12번 홀 티샷이 계속 흔들렸다. 결국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한 채 스탠포드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플레이 하는 동안 그는 고개를 가로 젓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내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책한 김세영은 "10번 홀부터 뭔가 미세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긴장 되다보니 더 극대화됐다. 스윙 매커니즘의 문제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AFPBBNews = News1
우리는 끊임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산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실수의 영역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배제하는 기술이다.

그런 면에서 골프는 우리네 삶에 많은 가르침을 던진다. 아무리 잘치는 사람도, 최고 실력의 프로골퍼도 반드시 실수를 한다. 골프는 실수의 스포츠다.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선수와 한번도 못하는 선수의 차이점은 바로 이 필연적 실수를 매니지먼트 하는 기술에 있다. 실수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 홀의 실수의 여파를 다음 홀로 가져가지 않는 골퍼만이 결국 위대한 명성을 남길 수 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실패는 그저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홀일 뿐이다.

"이번 대회 큰 실패를 통해 다시 한번 많은 것을 깨우쳤습니다. 내년에는 메이저에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씩 웃는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 김세영의 마법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는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바꿔낼 줄 아는 골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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