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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죠."
이미 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태국, 중국 등 상대적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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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할거라는 예측에는 인구 통계학적인 근거가 자리잡고 있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인구대국들의 내수 시장과 인적 자원에 대한 기대감이다. 골프를 포함한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박세리, 박인비, 박성현 등을 배출하며 현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한국 여자골프 역시 안심할 수 없다.
LPGA 무대에서 우승소식이 상대적으로 뜸해졌지만 여전히 태극 낭자들은 건재하다. 다만 이들의 현재적 활약이 한국골프의 미래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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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골퍼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들의 성공을 자신의 꿈에 치환하며 골프에 입문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현실적 문제는 온전히 학부모의 희생으로 귀결된다. 통상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입문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연습장과 코치를 갖추고 있는 학교가 제법 있지만 골프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다. 개인 레슨 선생님이 최소 한두명씩 있다. 필수적인 필드 경험과 장비도 다 돈이다. 상대적으로 땅이 좁은 한국은 그린피가 유독 비싸다. 필드와 코칭을 위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지만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과거에 내가 우리 아이를 데리고 직접 해외에 훈련을 나간적이 있어요. 그런데 준비해간 3000만원이 고작 두 달 만에 없어지더군. 내가 직접 가르쳤기에 망정이지 코치까지 동행했으면 5000만원이 들었을거란 이야기지. 지금도 '아이 골프를 시켜야 하느냐'는 상담을 받으면 이런 반문을 안할 수가 없어. 돈 있어요?라고…" 한 원로 골프지도자의 증언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양을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질을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협회 차원의 비전과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어느 선수를 얼마만큼 재원을 투입해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키우기로 했다면 치밀한 계획 하에 체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싹이 보이면 엘리트 집중 교육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학부모의 희생으로만 점철된 골프강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구 감소가 이미 분명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교육이 기계적 평등에 치우쳐 이상론으로 흐르면 자칫 공허해 질 수 있다. 그 사이 캥거루 골퍼를 둔 학부모의 삶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사교육에 올인하느라 노후대비를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정과 흡사하다. 학생 교육도, 노인 복지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잃는 꼴이다. 골프 뿐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전반의 유망주 확보.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빠를 수록 좋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