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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퀸' 김자영의 '퀸 메이커' 두 남자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5-28 14:35


사진제공=KLPGA

'미녀 골퍼' 김자영(21·넵스)이 매치플레이 여왕 등극과 동시에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김자영은 27일 강원 춘천 라데나골프클럽(파72·전장 649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제5회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결승에서 정연주(20·CJ오쇼핑)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김자영의 매치플레이 우승 뒤에는 두 남자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코스 공략은 캐디의 도움을, 퍼트 감각은 친한 선배의 도움을 받아 2주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사진제공=KLPGA
든든한 지원군, 두 남자

김자영은 올 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염두에 두고 사전 작업을 했다. 지난해부터 잘 알고 지내던 한 살 어린 후배를 캐디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다. 남들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끝에 캐디 영입 작전은 성공했다. 그의 캐디백을 멘 이는 한국골프대학에 재학 중인 김기욱 프로(20). 현재 세미프로로 2부투어와 3부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 프로는 이번 대회 코스인 라데나골프클럽에서 23년간 근무한 김득환 코스관리팀장의 아들이다. 중학교 3학년때 골프에 입문해 두산 그룹의 지원 속에 라데나골프클럽에서 5년간 연습을 해온 덕분에 27홀로 구성된 라데나골프클럽의 라이를 읽는 능력과 코스 공략 능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지난해 이 대회에서 양수진(21·넵스)의 캐디백을 메고 함께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김자영은 올 봄부터 김 프로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하지만 김자영은 이번 대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단다.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빡빡한 일정으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찍 탈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이틀 동안 신을 양말만을 준비해 갔다. 그러나 '우승 제조기' 캐디를 영입한 효과가 컸다. 4.2m가 넘는 빠른 그린에서 김 프로의 조언은 받아 잇따라 롱퍼트를 성공시켰다. 김자영은 양말을 현지에서 구입해 16강부터 결승까지 치렀다. 김자영은 "코스가 까다롭고 그린이 어려워서 핀위치에 따라 공략법을 정해놓고 경기했다. 이 코스를 잘 아는 캐디와 함께해 도움이 많이 됐다"며 우승의 공을 캐디에게 돌렸다. 2년 연속 우승자를 배출시킨 김 프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의 부친인 김 팀장은 "27일 우승과 동시에 유명 프로의 부모님으로부터 내년에 함께 하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김자영 프로가 우승 뒤 기욱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내년에도 캐디백을 부탁한다고 했다더라. 다른 대회에서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3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김 프로가 캐디로 활약할지는 불투명하다. 김 팀장은 "내년에 입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또 다른 김 프로인 '퍼팅 달인' 김대섭(31)도 김자영의 우승을 도운 공신이다. 김자영과 스포티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대섭은 올시즌 김자영이 퍼트감각을 찾지 못하자 4월 말 일주일간 퍼팅 레슨을 해줬다. 연습장에서 하루 3~6시간씩 셋업 자세와 퍼팅 스트로크 리듬을 교정해줬다. 그 결과 김자영은 2주 연속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결정적인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에 임맞춤했다. 김자영의 부모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자마자 김대섭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2012년 5월 '2주 연속 우승의 달?'

지난해 한국남녀프로골프 투어는 춘추전국시대였다. 홍순상(31·SK텔레콤)과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이 남자 무대에서, 김하늘(24·비씨카드)이 여자무대에서 다승왕을 차지했을 뿐 매 대회별로 우승자가 바뀌었다. 매일 달라지는 컨디션과 샷 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2주 연속 우승은 더 어렵다. 오랜기간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KLPGA 투어도 2주 연속 우승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5월은 '2주 연속 우승' 풍년의 달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 20일 김비오(20·넥슨)가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주 연속 우승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07년 김경태(26·신한금융)가 토마토저축은행오픈과 매경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5년 만이다. 김비오가 2주 연속 우승을 하던 날 김자영도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 뒤, 김자영이 김비오의 뒤를 이어 2주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서희경(26·하이트)이 2009년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한 이후 약 2년 7개월만의 연속 우승이다. 김자영은 구옥희 강춘자 박세리 김미현 신지애 유소연 등에 이어 12번째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KLPGA 무대의 신흥 강자로 떠 올랐다. 김자영은 "2연승을 했으니 올해 다승왕과 상금왕을 목표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자가 KLPGA 투어에서 배출될 가능성도 있다. 김비오는 SK텔레콤 대회 이후 미국 네이션와이드 투어를 위해 출국해 국내대회에 출전하지 않지만 김자영은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8일부터 제주도 롯데스카이힐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에 출전한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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