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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 높이 벙커와의 싸움, 살떨리는 브리티시오픈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3:59


'세상에서 유일한 오픈'이라는 자부심에서 간단 명료하게 명명한 '디 오픈(The open)'. 우리에게 브리티시오픈이라 알려진 이 대회는 영국 사람들의 자존심 만큼이나 매번 까다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연 그대로의 코스. 이름은 근사하지만 골퍼들에게는 죽을 맛이다. 엄청난 높이의 항아리 벙커와 쉴새없이 불어대는 바람은 기본이다. 거의 매번 악천후 속에서 열린다. 어디가 페어웨이고 어디가 러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험난하다. 이 모든걸 이겨내야 클라레 저그(The Claret Jug·브리티시오픈 우승 재킷)를 입을 수 있다.

브리티시오픈 140번째 대회가 14일(한국시각) 막을 올린다. 영국 아홉 곳을 돌며 열리는 이번 대회는 올해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GC(파70·7211야드)에서 열린다. 총상금 500만파운드(약 85억원), 우승 상금만 해도 90만파운드(약 16억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메이저 대회다.


2003년 이후 8년 만에 대회를 치르는 이 코스는 어렵기로 소문났다. 아니, 악명 높다. 2003년 대회 때는 파71로 세팅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 타가 줄어들었다. 파70이다. 8년 전 이 코스 우승자인 벤 커티스(미국)가 사투 끝에 불과 1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2008년 파드리그 헤링턴(아일랜드) 이후 4년 만에 다시 오버파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헤링턴은 3오버파로 우승했다. 2003년 당시 출전 선수들의 평균타수는 74.83타에 불과했다. 올해는 어떻게 전개될까. 아마도 선수들에게는 치가 떨리는 대회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4번홀은 선수들의 눈을 의심케한다. 12m 높이의 벙커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세계 최고 높이의 벙커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재앙과도 같은 장애물이다. 한 아마추어 골퍼는 볼을 치러 언덕에 올라갔다가 굴러떨어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벙커는 티샷 지점에서 페어웨이가 시작되는 236야드 거리의 언덕에 도사리고 있다. 높이 때문에 체감 거리는 250야드 이상이다. 게다가 2003년 대회 때는 파5 홀이었는데 올해는 파4 홀로 바뀌었다. 선수들을 힘들게 하려고 작정했다. 250야드는 너끈하게 치는 프로들이지만 코스와의 기싸움에서 눌리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많은 선수들이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목표로 달려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다리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는 가운데 영국 본토 선수들은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 놀랄만한 스윙으로 지난달 US오픈을 정복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 2위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는 정상 정복에 사활을 걸었다.

'포스트 우즈'로 손꼽히는 매킬로이는 지난달 역대 최저타로 US오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0년 우즈 이후 사상 두번째 2개의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베팅업체 오즈메이커들은 매킬로이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도널드는 사상 첫 메이저 타이틀을 노린다. 2003년 대회 당시 9오버파로 컷탈락하는 굴욕을 경험한 웨스트우드는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올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도 출전한다. 최경주(SK텔레콤) 양용은(KB금융그룹) 김경태(신한금융) 노승열(타이틀리스트) 배상문(우리투자증권), 일본투어에서 뛰는 황중곤,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앤서니 김 등 8명이 도전장을 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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