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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한국인 연장 명승부, 공통분모는 신지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12 10:07


유소연. 스포츠조선 DB



◇신지애. 스포츠조선 DB



◇서희경. 스포츠조선 DB
아무도 예상치 못한 명승부였다. 유소연(21·한화)과 서희경(25·하이트) 두 한국인이 펼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연장승부. 전세계 골퍼들에게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재확인 시켰다.

더욱이 서희경은 LPGA 루키, 유소연은 한국에서 온 초청선수였다.

제66회 US여자오픈의 깜짝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에게는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신지애(23·미래에셋)다. 한명은 신지애 때문에 골프의 전환기를 맞이했고, 다른 한명은 신지애 캐디 덕을 봤다.

서희경은 신지애 때문에 골프 인생이 바뀌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서희경은 2006년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2008년 여름. 당시 한국여자골프를 넘어 세계여자골프에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있던 신지애와 전남 함평에서 동반 전지훈련을 할 기회가 있었다. 서희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단 신지애의 엄청난 연습량에 너무 놀랐다. '지애는 저렇게 열심히 골프를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희경은 신지애의 필살기인 100야드 인근 쇼트게임을 배웠다. 이전까지는 볼스트라이킹(볼을 맞히는 능력)에 온통 신경을 쓰던 서희경이었다. 신지애와의 특훈 한달 뒤 서희경은 2008년 하이원채리티오픈에서 시즌 첫 우승을 했다. 우승상금만 2억원. 서희경은 큰 대회 우승 이후 2008년에만 6승을 했다. 2009년에는 5승으로 다승왕, 상금왕, 대상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해는 LPGA 투어 KIA클래식에 초청선수로 덜컥 우승까지 했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 딘 허든(46·호주)을 캐디로 썼다. 허든은 올해초까지 3년간 신지애의 그림자였던 '마음씨좋은 호주 아저씨'다. 허든은 2008년 신지애와 인연을 맺은 뒤 LPGA 7승을 포함해 신지애의 16승을 함께한 베테랑 캐디다. 2010년 동료 캐디들이 뽑은 LPGA 투어 최고 캐디이기도 하다. 신지애는 올해 초 허든을 자신에게 소개시켜줬던 숀 클루스(호주)와 캐디 계약을 한 바 있다.

유소연은 연장 승부 끝에 역전 우승을 따낸 뒤 "캐디의 조언을 잘 받아들였다. 마음이 든든했다"고 밝혔다. 허든은 단순한 거리 뿐만 아니라 코스 전체의 특성을 잘 파악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미국 무대 경험이 일천한 유소연에게는 등대나 다름없었다. 유소연은 한국에서는 강심장, 승부사로 통한다. 공격적인 플레이 때문에 나온 말이다. 웬만해선 돌아가는 법이 없고, 핀을 향해 곧바로 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줄 버디가 많고, 보기도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페어웨이를 넓게 쓰면서 그린을 지키려 애를 썼다. 어렵게 세팅된 코스였지만 타수를 쉽게 잃지 않았던 비결이다. 허든은 옆에서 조급해하는 유소연을 침착하게 붙잡았다. 유소연은 오는 22일(한국시각) 프랑스에게 개막하는 에비앙마스터스에도 허든을 대동할 예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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