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이 들리는데 왠지 불안하다.
이 모든 성과의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첫째는 선수들이다. 상금으로 먹고사는 프로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위해 '무급 봉사'를 했다. 상금 전액은 일본 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으로 전달됐다. 양국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플레이 했다. 둘째는 대회 코스를 찾아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낸 골프팬들이었다. 이들의 열정이 대회에 뼈를 만들고 살을 붙였다. 그렇다면 KGT는? 미안하지만 '아니올시다'다.
한일 대항전이 모양을 갖춰가지만 불안감은 더 커진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자회사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프로답지 못한 아마추어 행정과 일처리 때문이다.
5월 2일 개최 기자회견 때는 '한일 양국투어는 한일전이 국가대항전이니만큼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 라이더컵(미국-유럽대항전), 프레지던트컵(미국-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등과 같이 한일 대항전의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발전시킨다는 취지에 합의함으로써 상업적 타이틀 스폰서를 배제한 채 올해 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대회를 코 앞에 두고는 '최대한 상업적 스폰서를 배제한 채'로 슬그머니 후퇴했다.
원래 KB금융 명칭이 앞에 오면 안 되는 대회였다. 타이틀 스폰서(메인 스폰서)는 대회 전반의 운영비를 내놓기도 하지만 대회 공식 명칭의 맨 앞에 위치한다고 해서 타이틀 스폰서다. KGT는 'KB금융은 타이틀 스폰서가 아닌 가장 많은 돈을 낸 서브 스폰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금융이 밀리언야드컵 앞에 오지만 타이틀 스폰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타이틀 스폰서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궤변이다. 막상 문제가 되니 모든 공식 행사에서 'KB금융'의 이름을 최소화하기 바빴다. 갈라쇼 소개에서도 KB금융은 실종됐다. 시작부터 신용과 반대의 길을 걸은 결과다.
밀리언야드컵 앞에 스폰서 이름이 붙는 것을 일본 측도 대단히 불쾌해 했다. 대회의 순수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협찬을 받지 못하면 대회를 열 수 없다'는 KGT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이 모든 것을 용인했다.
대회 코스를 내준 정산골프장과 선수단 숙소를 제공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타이틀 스폰서가 없는 명예로운 대회라는 얘기만 믿고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코스 대여료와 숙박료도 받지 않고 협찬을 맡았다. 이후 KGT는 '생갭다 돈이 더 들더라'며 KB금융으로부터 7억원을 받고 사실상의 타이틀 스폰서를 허락했다. 애당초 스폰서를 최소화하고 그래도 자금이 모자라면 협회 돈을 지불해서라도 품격높은 대회를 열겠다는 공언은 공염불이었다.
KB금융이 막판에 스폰서로 참여한 과정도 꺼림칙하다. KB금융은 올해 초 양용은(39)의 소속사가 됐다. 양용은이 PGA 투어 대회를 포기하고 밀리언야드컵에 출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이었지만 송병주 KPGA 운영국장(37)과의 인연도 무시못했다. 10여년을 알고 지낸 송 국장의 얼굴을 봐서 양용은은 초청료와 상금 등 3억원 이상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밀리언야드컵 출전을 확정지었다. 스폰서를 잡기 어려워지자 양용은과 특수 관계에 있는 KB금융을 자연스레 떠올렸고,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타이틀 스폰서 자리를 내줬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PGA의 소통 부재도 걱정이다. 송 국장 한 사람이 협찬과 운영, 선수단 관리 등 대회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사이 최고위층은 이런 저런 삐걱거림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이제 밀리언야드컵은 선수들의 사명감과 팬들의 열정 덕분에 제 궤도에 오르게 됐다. 국내 대회가 아닌 명실상부한 국제대회로 발전되게 됐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국제 무대. KGT 큰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