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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특별한 계획은 없다. EPL 수준에 못 미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영입한 어린 유망주를 대하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말에는 '배려'나 '희망'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냉정함을 가장한 무례함 뿐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신성' 양민혁(19)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나이가 어린데다 수준이 떨어지는 K리그에서 왔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뉴캐슬과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현재 토트넘은 리그 11위(승점 24, 7승3무9패)로 부진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서는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임기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시즌에 리그 5위를 기록하며 희망을 안겼지만, 이번 시즌에는 수비진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 최근 3경기에서 5골을 넣는 동안 무려 9실점했다. 결국 1무2패로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시즌 중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설이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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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팀에 합류한 양민혁에 대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 잘 적응하도록 놔두고 있다. 아직 매우 어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곳(K리그)의 경쟁 수준은 이곳(EPL)에서 만나게 될 수준과 비교할 수 없다. 전혀 다른 무대다"라면서 "손흥민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구단 안팎에서 빠른 적응을 위해 도와주려고 노력 중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고, 적응하는 걸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춰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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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에 대한 토트넘 구단 차원의 기대감과는 전혀 딴판의 이야기다. 토트넘은 양민혁의 영입에 진심으로 임했다. 그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럴 만도 했다. 양민혁은 지난해 고교생 신분으로 K리그1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어 시즌 초반부터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6개월 만에 정식 프로 계약을 따냈다. 토트넘은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에 양민혁을 영입했다.
토트넘과의 계약 이후에도 양민혁은 변치않는 활약을 펼쳤다. 결국 2024 K리그1 전 경기(38경기)에 나와 12골-6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래가 밝게 펼쳐진 신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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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현지 매체들은 양민혁의 EPL 데뷔전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대부분 12일에 열리는 FA컵 64강 탬워스전을 예상하고 있다. 탬워스가 5부리그 세미프로 팀이라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
사실 양민혁이 당장 EPL 무대에 나서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보통 팀이 기대를 갖고 영입한 어린 선수에 대해 이런 식으로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딱 잘라 평가하진 않는다. 조금 더 완곡한 표현이나 단어를 쓰기 마련이다.
구단 역시 양민혁에게 '하루 빨리 팀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게 당장 리그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합류해 적응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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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도는 과거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두둔했을 때와 흡사하다. 벤탄쿠르가 지난해 7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흥민과 관련해 '모든 동양인은 똑깥이 생겼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개념에서 나온 발언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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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가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규정 E3을 위반했다며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를 부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옹호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들과 일관된 태도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매우 완고하고, 유연하지 못한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의 전술적 특징에도 드러난다. 지난 시즌 '강공 축구'로 토트넘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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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점점 팬과 미디어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동시에 토트넘 역시 상위권으로 올라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모든 건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