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K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흥행 돌풍 속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잔디다. 경기의 가장 기본인 잔디가 망가지며, 선수들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고, 팬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즐기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홈경기 개최권 박탈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다. 과연 K리그 잔디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걸까. 스포츠조선은 잔디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답안을 기획 연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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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잔디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안쓰는 것이다. 잔디는 일종의 소모품이다. 쓰면 쓸수록 상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K리그를 뒤흔든 잔디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관리자에게 있다. 물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무더위가 결정적이었지만, 관리 인력을 늘리고, 품종을 개량하고, 장비를 구비하는 등의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다행히 많은 지자체들과 구단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돼야 할게 있다.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다. 적게는 4~5개, 많게는 10여개의 훈련장을 번갈아 쓰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훈련장이 충분치 않다. 최근 들어 훈련장을 동반한 클럽 하우스를 갖춘 구단들이 늘어났지만, 일부 시도민구단의 경우, 훈련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훈련장이 있음에도 경기 전 적응을 이유로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팀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이고, 체력훈련을 진행하는 동계 때는 하루에 두 번 훈련을 하기도 한다.
더욱이 한꺼번에 여러 팀이 쓰는 경우도 있다. 대전월드컵 보조경기장 같은 경우에는 대전코레일, 대전하나시티즌 B팀 등 많으면 3개팀이 한번에 쓸때도 있다. 앞서 언급한데로 잔디는 쓰면 망가진다. 이 정도면 아무리 좋은 잔디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당연히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그럼 어디서 훈련하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탓만 할 수는 없다. 이게 냉정한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갑자기 훈련장이 생길 수는 없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함께 잔디를 보호해야 하고, 관리를 위해서는 아예 쓰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관리가 잘되어 있다고 소문난 천안종합운동장은 천안시티 선수단도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게 한다. 훈련도 불가다. 양탄자 잔디를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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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잔디 보호를 위한 훈련 에티켓을 마련,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얼음이나 음료수를 그라운드에서 뱉는 것은 사소한 행위지만, 이는 잔디를 망가뜨리는 작은 원인 중 하나다.
당연히 잔디는 축구를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잔디는 축구인만의 것이 아니다. 잔디는 축구 경기라는 상품의 핵심 요소다. 관리자만의 노력으로는 모든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양탄자 같은 잔디가 만들어질 수 없다. 결국 사용자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한가지 더 추가하면, 관리자들의 인식도 변할 필요가 있다. 시설관리공단에 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해당 구장의 잔디를 관리했다. 누구보다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때로는 이게 독이 되기도 한다. "여기 잔디는 내가 제일 잘 알아"라며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잔디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어느 한가지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다.
프로축구연맹이 전문 기관을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때에 따라서는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해 교육도 실시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보다 좋은 잔디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음과 귀를 열고, 머리를 맞대는게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