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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결국 '잔디' 때문이다.
광주는 지난달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 격돌했다. 당시 잔디 상태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존 허친슨 요코하마 감독대행은 "잔디에 문제가 있었다. AFC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보단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AFC가 칼을 빼들었다. 결국 광주는 300여㎞ 떨어진 경기도 용인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유가 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AFC에서 경기장 변경 공문을 받은 뒤 대안을 찾아봤다. 하지만 일단 전라도 내에선 가능한 구장은 없었다. K리그1 팀은 파이널 라운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K리그2 팀들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었다. 대안이 많지 않았다. 구단은 AFC에 광주월드컵경기장 잔디 보식 등에 대한 관련 내용도 제출했다. 하지만 AFC에서 광주월드컵경기장은 일찌감치 제외한 상태였다. 결국 용인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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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잔디 때문에 '혼돈'에 빠졌다. 잔디는 단순히 경기력에만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안전, 즉 부상 위험과도 직결된다. 선수들이 꾸준히 잔디 개선을 요청하는 이유다. K리그 사령탑들도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아쉽다. 관중들이 퀄리티 있는 경기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쉬운 실수, 패스 실수가 나오면 선수들도 짜증이 난다. 관중들도 '프로 선수가 왜 저런 것도 하지 못하나' 생각할 수 있다. 경기장 때문에 질 좋은 축구를 보이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도 "우리도 훈련장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K리그가 많이 좋아졌다. 레벨,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졌다. 거기에 걸맞은 제반적인 여건이 돼야 선수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공을 많이 들여야 선수들이 더 좋은 플레이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아쉬운 부분 중 하나"라고 했다.
K리그는 급기야 잔디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