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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이 시즌 첫 '지지대더비'에서 승리하며 선두를 탈환했다.
이날 경기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에서 치르는 '지지대더비'란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 승리였다. 이날 안양종합운동장에는 개장 이래 최다 관중이 들어찼다. 2013년 수원과 FA컵 경기에서 달성한 1만1724명을 뛰어넘어 1만2323명이 '지지대더비'를 직관했다. K리그2 최초로 '쿠플픽'으로 선정되어 유명 개그맨 이경규씨가 방송에 참여했다. 그만큼 관심도가 뜨거웠다.
'지지대더비'는 안양과 수원 사이의 고개인 '지지대'의 이름을 딴 더비다. LG 치타스(현 FC서울)의 연고가 안양이던 시절, 안양과 수원이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쳤다. 1997년, 수원 코치 조광래 감독의 안양 감독 부임, 1999년 안양 출신 서정원의 수원 입단이 '지지대더비'에 불을 붙였다.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사그라들었던 열기는 2022년 양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면서 다시 뜨거워졌다. 당시 수원이 오현규의 극장골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백동규는 올해 안양에서 수원으로 이적해 처음으로 '친정'과 다름없는 안양을 상대하게 됐다. 염 감독은 "경기 전 백동규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얘기했다. '야유를 받는 부분은 내가 제어할 수 없다'고 하더라. 멘털이 건강한 선수라, 중심을 잘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지대더비'가 자존심이 걸린 경기라면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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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양 지휘봉을 잡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강조했다"며 전술, 객관적 전력을 떠나 집중력이 더비를 가를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을 떠난 백동규에 대해선 "구단에 서운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이적은 잘못된 판단이다. 백동규의 장단점을 잘 안다. 그것에 대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전반 초반 경기를 주도한 건 안양이었다. 15분새 4번의 슈팅으로 수원 골문을 위협했다. 9분 리영직의 중거리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14분 이창용의 헤더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15분 마테우스의 중거리 슛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정신없이 끌려다니던 수원은 이 경기 첫번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18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잡은 김현이 문전을 향해 패스를 찔렀다. 김주찬과 안양 골키퍼 김다솔이 동시에 공을 향해 달려오는 상황. 주력을 장착한 김주찬이 간발의 차로 먼저 도착해 오른발로 공을 툭 밀어 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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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의 선제득점 후 경기 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안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원에서 패스 미스가 반복됐다. 반면 웅크리고 있던 수원은 공격 강도를 높였고, 41분 손석용의 크로스를 받은 김현이 추가골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졌다.
유 감독은 하프타임을 기해 채현우를 빼고 이태희를 투입하며 측면 수비에 변화를 꾀했다. 염 감독은 후반 8분 손석영 자리에 유제호를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각자 첫번째 교체카드로 약점을 보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마테우스가 골문을 두드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5분 야고의 오른발 슛은 수비 맞고 굴절됐다. 8분 김주찬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쏜 슛이 골키퍼에 막혔다. 15분 카즈키가 골키퍼 김다솔이 골문을 비운 것을 확인한 뒤 감각적으로 로빙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안양은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공격진에 변화를 가져왔다. 단레이 자리에 최근 떠오르는 공격수 김운을 투입했다. 추가골을 넣은 김현은 부상으로 뮬리치와 교체됐다. 수원은 카즈키 대신 이상민을 투입해 기동성을 확보했다. 미드필더 김정현과 리영직의 연이은 중거리 슛은 골망에 닿지 않았다. 안양은 홍창범 최성범 김하준을 줄줄이 투입하며 마지막 반전을 꾀했다. 수원은 툰가라 대신 최성근을 투입하며 안정감을 가미했다. 후반 41분 뮬리치가 역습 상황에서 때린 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뮬리치는 두 번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44분, 이상민이 완벽히 내준 공을 건네받아 골키퍼를 피해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안양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추가시간 3분 마테우스의 직접 프리킥을 양형모가 쳐냈으나, 김운이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경기는 그대로 수원의 3-1 승리로 마무리됐다.
안양=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