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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산타클로스에게 소원을 빌 정도로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영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3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콘테 감독은 지난해 토트넘을 유럽챔피언스리그로 이끌었지만, 올 시즌 이반 페리시치를 중용한 전술 등을 고집하며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콘테 감독은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하게 됐다.
토트넘은 이어 이해 못할 행보를 이어갔다. 콘테 감독의 오른팔이었던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에게 대행을 맡겼다. 하지만 스텔리니 대행 역시 뉴캐슬에 1대6 충격패를 당하며, 쫓겨나듯 팀을 떠났다. 토트넘은 과거 팀을 이끌었던 라이언 메이슨 코치에게 대행의 대행 자리를 맡겼다. 파행이었다. 하지만 메이슨 감독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트넘은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진출마저 실패했다. 토트넘이 유럽 대항전 출전이 좌절된 것은 2009~2010시즌 이후 13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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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르네 슬롯 페예노르트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슬롯 감독 역시 "런던에서 보자"는 말로 토트넘행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슬롯 감독의 선택은 잔류였다. 토트넘은 슬롯 감독에게 있는 거액의 위약금을 쓰는데 주저했다. 슬롯 감독은 "다른 클럽들이 내게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페예노르트에 남아 지난 2시즌간 쌓아온 기반을 계속 다지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라고 했다. 결국 재계약 공식 발표까지 나왔다. 내심 팬들이 원했던 포체티노 전 감독도 '라이벌' 첼시행을 택했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거세졌고, 토트넘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결국 최종 낙점됐다. 토트넘은 지난 몇년간 윈나우 정책을 고집했다.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한 이 후, 조제 무리뉴, 콘테 등과 같은 명장들과 함께 했다. 당연히 팬들의 눈높이는 올라갔고, 이번에도 비슷한 레벨의 명장을 원했다. 하지만 선택은 '변방' 호주 출신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눈에 띌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1년부터 셀틱을 이끌었다. 과거 멜버른 빅토리, 호주 대표팀,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을 거치며 유럽에 처음으로 입성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일본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는 파격 정책으로 부임 첫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과 리그컵을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레인저스에게 뺏긴 타이틀을 탈환하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자신의 색채를 더욱 짙게 했다. 지난 시즌에는 아예 트레블을 달성했다. 셀틱의 통산 8번째 트레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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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약기간에 대한 전망은 2년 혹은 2+1년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4년으로 결론이 났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체제로 새롭게 팀을 꾸리겠다는 의지를 표시했고,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장 개혁에 착수했다. 선수단에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원하지 않았던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있었지만, 요소요소마다 선수들을 영입해 스쿼드를 두텁게 했다. 굴라리보 비카리오, 제임스 메디슨, 마노르 솔로몬, 애슐리 필립스, 미키 판 더 펜 등을 새롭게 영입했다. 문제였던 중원의 창의성을 더했고, 수비를 견고하게 했다. 골문도 보강했다.
더 눈에 띈 것은 정리였다. 일단 위고 요리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요리스는 토트넘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지만, 동시에 리더십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최근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에릭 다이어를 구상에서 제외했다. 다이어는 실력이나 리더십이나 모두 낙제점이었다. 지난 시즌 콘테 감독의 실책 중 하나는 다이어의 중용이었다. 다이어는 잦은 실수와 불안한 포지셔닝으로 수비 불안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책보다는 남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며 팀 분위기를 흐렸다. 포백으로 전환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예 다이어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치른 4번의 경기에서 모두 명단 제외라는 초강수를 뒀다. 다이어는 바이에른에 역 제안을 하며 팀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다이어 없이 훨씬 안정된 수비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두 계륵까지 정리에 성공했다. 굴욕의 '클럽 레코드' 듀오인 탕귀 은돔벨레와 다빈손 산체스가 나란히 토트넘을 떠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각) 은돔벨레, 산체스와의 이별을 발표했다. 은돔벨레는 한 시즌 임대, 산체스는 완전 이적이다. 둘은 튀르키예 챔피언인 갈라타사라이에 새 둥지를 틀었다. 미드필더인 은돔벨레는 임대 후 1280만파운드(약 213억원)의 완전 이적이 포함됐다. 센터백 산체스는 이적료 810만파운드(약 135억원)에 완전이적을 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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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 거대한 팀의 주장이 되어 정말 영광이다. 큰 놀라움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나는 이미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스스로가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고 주장이 된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손흥민은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의 주장으로 매우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걸 알고 있고, 이미 라커룸 내에서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팀 내에서 모든 그룹과 두루두루 어울린다. 단순히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손흥민은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많은 걸 성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바꾼 토트넘은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답답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주도적인 공격축구로 새롭게 무장한 토트넘은 환상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매경기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개막 후 10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토트넘은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난 몇십년간 없었던 쾌조의 스타트였다. 메디슨, 손흥민은 번갈아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이달의 감독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1라운드 첼시전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 경기에서 메디슨,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두 달 가까이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는 중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까지 퇴장을 당했다. 그럼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는, 용감한 공격축구로 호평을 받았지만, 토트넘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미 솔로몬, 이반 페리시치가 부상으로 쓰러진 토트넘은 이어 애슐리 필립스, 다이어 등까지 가세하며 부상 병동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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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1월이적시장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하는 선물은 센터백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우린 새로운 센터백을 영입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약간 불안한 상태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전력은 부족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기 영입을 원하는 이유는 부상자와 결장할 선수들, 1월의 중요한 경기를 고려하면 1월 말에 영입 시 일부 경기에서 영향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의 모든 사람이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토트넘은 현재 트레보 찰로바, 장클레르 토디보, 마크 게히, 토신 아다라비오요 등과 연결되고 있다. 손흥민의 공백에 대비해 공격수, 그리고 미드필더 역시 데려오면 좋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토록 간절한 이유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