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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콘서트→잔디 훼손' 아픔 겪은 K리그…2024년에도 '불편한 동행'은 계속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11-09 15:58 | 최종수정 2023-11-10 06:50


'잼버리 콘서트→잔디 훼손' 아픔 겪은 K리그…2024년에도 '불편한 동…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엘리트가 모이는 프로축구 K리그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콘서트와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아직 '하나원큐 K리그 2023' 대회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벌써 내년도 '월드컵경기장 콘서트' 일정 하나가 공개됐다. 순회 공연 중인 인기 트로트 가수 임영웅은 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4년 5월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더 큰 우주에서 만나요"라며 향후 콘서트 계획을 밝혔다. '2024년 5월25일~26일'이라는 상세 날짜까지 소개했다. 내년 5월 마지막주는 K리그가 열릴 것이 확실시되는 주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과 임영웅 소속사가 콘서트에 관해 사전 협의한 뒤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다. 콘서트와 겹치는 경기 일정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의를 통해 원정으로 바꾸면 될 일이다.

문제는 '잔디'다. K리그는 최근 2년간 잔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22년 인천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서울이랜드의 홈구장 목동종합운동장의 '논두렁 잔디'가 논란이 됐다. 잔디 관리의 중요성이 이슈화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와 K리그 잔디 체질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논두렁'을 '양탄자'로 바꿔나갔다.

올해 키워드는 '콘서트'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하이브리드 잔디는 지난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 및 K-팝 콘서트 여파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잔디 위에 무대 등 콘서트 관련 시설이 설치되면서 잔디 피해가 더 컸다. 정부와 문체부가 발벗고 나서 복구에 나섰지만, 축구팬들의 마음이 복구될 리 만무했다. 팬들은 "10억짜리 잔디를 K-팝 콘서트로 훼손하나" "잼버리 졸속행정 피해를 왜 K리그가 보는가?" "그깟 공놀이라는거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 5월 임영웅 콘서트 계획이 공개된 뒤 축구 커뮤니티 등에는 잔디 상태를 우려하는 글이 등장했다.

서울은 콘서트를 마치고 완벽히 복구되지 않은 잔디 위에 남은 경기를 치러왔다. 잔디가 훼손되면 선수들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달 말에는 FA컵 준결승 일정을 앞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또 다른 K-팝 콘서트인 서귀포글로컬페스타가 열렸다. 주최측이 '큰 규모의 콘서트장이 필요하다'며 협조를 구할 때, 경기장 소유권이 없는 K리그 구단들엔 반대할 권한이 없다.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콘서트를 여는 가수가 임영웅이란 점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다. '축구 마니아'로 알려진 임영웅은 지난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대구의 리그 경기를 찾아 하프타임 때 잔디의 훼손을 우려해 풋살화를 신고 공연해 화제를 모았다. 일부팬 사이에서 '임영웅이라면 잔디를 소중히 다룰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축구계 관계자들은 임영웅이 관중석에서 공연하고 관객들이 전원 관중석에 착석하지 않는 이상 잔디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K리그는 언제까지 양보를 강요받아야 할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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