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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울산 현대 주민규(33)는 인생 역전의 신화다. 1부에서 뛸 자리가 없었다. 2013년 2부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절박한 모험도 시도했다.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했다. 이름 석자가 알려지기 시작하자 2019년 울산 현대가 손을 내밀었다. '2부'라는 꼬리표와 6년 만에 이별했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28경기에 출전해 5골-5도움에 그쳤다. 주민규는 또 다시 2부행을 선택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2020년 제주에서 비로소 반전이 시작됐다. 첫 시즌은 우승으로 1부 승격의 감격을 누렸다. 2021년에는 22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토종 스트라이커의 득점왕 수상은 정조국 이후 5년 만이었다. 경기당 득점에서 뒤져 2년 연속 득점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지난해에도 조규성과 함께 나란히 17골을 기록했다.
K리그1 대표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주민규가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4시즌 만에 울산에 복귀했다. 올해 1월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오로지 팀만 이야기했다. "득점왕도 좋지만 K리그1에선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다. 제주의 2부 시절 우승을 해봤는데 기쁨의 차원이 다르더라. K리그1에서 우승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올해의 목표는 무조건 팀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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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관식은 12월 3일 올 시즌 최종전인 전북 현대전 후 열린다. 결과적으로 압도적인 질주였지만 부침은 있었다. 박용우의 이적으로 중원이 흔들리면서 대구와의 경기 전까지 3승5무5패로 부진했다. 주민규는 "사실 나는 굉장히 불안했다. 겉으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정말 긴장도 하고 잠도 못 잤다"며 "내가 과연 은퇴 전에 우승이라는 걸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 제주에서 K리그2 우승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승이 정말 좋은 거구나. 그런 걸 잊고 살았다. 프로에서 우승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고백했다.
4년 만에 경험한 울산은 분명 달랐다. "경험상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일수록 팀을 하나로 만들기 힘들다고 느꼈다. 2019년 울산이 그런 편이었다. 원팀으로 가져가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걸 잘 만들어놓으셨더라. 죽으면 다 같이 죽고, 갈거면 다 같이 가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 팀이 흔들릴 때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 축구에 집중했다."
2부 시절의 주민규는 오늘을 상상했을까. "상상이 안된다. 우승은 꿈도 안 꿨다. 그때는 1부 우승 이런 것보다 '상무 가서 군대를 잘 해결하자' 이런 생각이 더 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계속 뛰었다면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주민규는 사라졌을 것이다." 주민규의 신화는 진행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