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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두 현대가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혔다.
결국 남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남 감독은 지난달 23일 서울전 1대3 패배 후 선수단에 작별을 시사했고, 팀에 사임 의사를 전했다. 제주는 고심 끝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남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남 감독은 제주에서의 4년을 마무리했다. 대신 남 감독을 보좌하던 정조국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교체 효과는 없었다. 정 대행의 첫 경기였던 광주전에서도 1대2로 패했다.
제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느덧 강등권이다. 10위 수원FC와의 격차가 5점으로 좁혀졌다. 파이널B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남아 있는만큼, 현재 무승행진이 길어질 경우, 단두대 매치를 해야할 수도 있다. 시즌 전 제주에 대한 평가를 감안하면, 굴욕에 가까운 성적표다.
축구계에서는 제주 추락의 원인을 쉽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하던 가운데서도, 제주의 경기력 자체는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 확 밀리는 경기도 없었고, 확 무너진 경기도 없었다. 물론 압도하지도 못했지만, 이 정도로 못이길 정도의 경기력은 아니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외적으로 특별한 사건, 사고도 없었다. 남 감독은 라인업 변화, 전술 변화 등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럴때는 결국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경각심을 한발 더 뛰는 수 밖에 없다. 제주는 이미 2019년 최악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근호 윤일록 윤빛가람 이창민 안현범, 아길라르, 마그노 등 괜찮은 스쿼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며 강등됐다. '설마'라는 방심이 만들어낸, 아무도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사실 제주 외에도, 강등한 팀들이 모두 그랬다. 한번 무너지면 어떤 수를 써도 회복되기 힘들다. 이를 넘을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다. 제주는 퀄리티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만큼, 마음가짐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
정 대행이 할 것도 여기에 있다. 기발한 전술이나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 물론 초보 감독에게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정 대행이 해야할 일이다. 정 대행은 현재 제주 선수단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 제주가 정 대행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