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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스트(덴마크)=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월드컵 후 6개월.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그 골을 넣고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처음에 국가대표 뽑혔을 때보다는 많지는 않았네요."
어여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덴마크 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 의미가 깊을만도 했다. 하지만 조규성은 약간 심드렁했다.
"사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골을 넣고 나서 잠깐 좋았어요. 그리고 그냥 완전히 잊었어요. 그렇게 여운도 안 남았고요. 그냥 K리그 뛰다가 골 넣은 거 같은 기분이었어요."
전날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했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했다. 조규성은 "이 골은 빨리 잊을 것이다. 다음 경기가 있고 다음 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운이 막 엄청 길지는 않았어요. 그냥 한 골 넣었구나. 이 골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빨리 잊어버리려고 했어요."
프로 축구 선수로서 자신을 다잡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기도 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거기에 붙잡히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라는 직업, 또 운동선수라는 직업이 매 경기마다 결과를 보여줘야 하고 증명을 해내야 하는 자리잖아요. 이제 한 경기 했고, 저는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한 골에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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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이 날아들었다.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가 오간 끝에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북에 남았다.
부상이 찾아왔다. K리그 개막 후 초반에는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 힘겨운 시간이었다. 여름 이적 시장이 열렸다. 유럽팀과 접촉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최종 선택은 덴마크 미트윌란이었다. 그렇게 조규성은 덴마크로 날아왔다.
"사실 제가 전북에서 6개월 더 남아있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나는 간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잖아요. 그래서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부상이 찾아왔고 경기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조규성은 조급하지 않았다.
"K리그에서 뛰다가 다쳤을 때도 크게 조급하지 않았어요.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긍정적으로 항상 생각을 하다 보니 좋은 기회를 받고 좋은 곳에 와서 적응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필요한 시간이었을까.
"(월드컵 후)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하다보니까 저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경기력이 안 나오기도 했고요. '내가 너무 혼자 조급하구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깨달음을 얻었다.
"남들의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요. 그런데 '내가 왜 남들의 그 기대감에 맞춰서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스스로 저한테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월드컵을 갔다와서 잘하고 왔기 때문에 나는 더 잘해야겠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제 자신 스스로 과대평가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매 순간순간 그냥 열심히 하고 그냥 노력하는 사람인데요. 왜 내가 지금 잘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경기력도 안 나오고,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거 같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냥 열심히 하고 굳이 골에 집착하지 말고 팀플레이에 집중하고 원래 하던 대로 루틴대로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어요.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덴마크로 왔다. 북유럽 땅을 밟은 지 2주 가량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땠을까.
"정말 저를 반겨주고요. 너무너무 친절합니다. 팀동료들도 너무 좋기도 하고요. 2주밖에 안됐지만 너무 행복하고 다 좋은 것 같아요."
미트윌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조규성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이제 한 경기를 했을 뿐이잖아요. 그냥 포부만 말씀드리자면 매 경기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 경기 나와서 골을 넣는 것이 목표고요. 어딜 가나 변함없는 것 같아요. 저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앞에서 열심히 뛰고, 희생한다고 하더라고 결국 골로 증명해야 하니까요. 이제 유럽 무대도 첫 시작이고요.
뭔가 제 축구 인생에 있어서 '이제 절반 정도 왔다'가 아니라 '다시 시작'인 거 같아요."
조규성의 그 포부를 응원한다. 조규성의 축구는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