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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우리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합니까" 부산 팬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3-07-11 14:57 | 최종수정 2023-07-11 22:30


[현장스케치]"우리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합니까" 부산 팬들의 한 맺힌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우리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합니까." 부산 아이파크 팬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이었다. 10일, 부산과 김천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2 2023' 대결이 열린 김천종합운동장. 축구장을 찾은 부산 원정 팬들은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부산 팬들은 이날 오전부터 오프라인을 통해 구단의 씁쓸한 현실을 한탄했다. 오후에는 경기장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유가 있었다. 쿠팡플레이는 앞서 '프랑스 리그1 챔피언 파리생제르맹(PSG)이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를 위해 방한한다. 경기는 8월 3일에 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쿠팡플레이는 경기 장소와 친선전 상대팀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계 관계자는 "전북 현대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격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 팬들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부산의 홈 구장이다. 부산시에 구장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쿠팡플레이가 예고한 경기 이틀 뒤(8월 5일)에는 K리그2 홈경기가 예정돼 있다. 불과 3일 새 두 경기를 치르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잔디 문제만은 아니다. 쿠팡플레이와 리그 경기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가변석 설치, A보드판 이동 등 손봐야 할 것이 많다.

부산 팬들은 올해만도 벌써 두 차례 홈 경기장을 '양보'했다. 지난 5월에는 2023년 기후산업국제박람회의 폐막식을 겸한 K-POP 축제 '드림콘서트'를 위해 경기장을 이동했다. 당시 부산은 부산구덕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6월에는 A매치를 위한 경기장 보수를 위해 또 다시 부산구덕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부산은 쿠팡플레이는 물론, 앞으로 예정된 콘서트 등을 위해서도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부산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부산시의 행태다. 공교롭게도 부산시는 구단에 제대로 된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오후 구단에 언급은 했지만, 구체적인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구단 직원들은 10일 나온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게됐다. 구단 관계자는 "아는 내용이 없다.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에서 부산 구단이 얼마나 소외돼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장에서 만난 부산 팬들은 "그동안 몇 번이나 양보를 했다. 얼마나 더 해야하는 것인가. 문제는 앞으로도 관련 이벤트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팬들끼리 하루 종일 얘기했다. 1인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홍염을 입에 물고 달려 들고 싶다"고 볼멘 목소리를 토해냈다. 부산 팬들은 또 SNS를 통해 '지붕 없는 경기장을 지켜온 것은 부산 팬들인데, 왜 남의 잔치 들러리가 되는 것인가', '치욕적이다', '우리는 왜 떠돌이 신세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21년 부산의 클럽하우스를 찾아 "평소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부산 시민들을 위해서도 부산에 축구 전용구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말은 팬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았다. 김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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