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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수원 강등", "수원 강등!"
그라운드 밖 뜨거운 분위기와 달리 두 팀의 상황은 180도 달랐다. '홈팀' 수원은 전반기 18경기에서 2승3무13패(승점 9)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서울은 2위 경쟁 중이었다. 수원은 지난 4월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도 1대3으로 완패했다. 당시 서울 팬들은 '실력으로 이뤄낸 꼴등',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니 12' 등의 걸개로 수원을 조롱했다.
수원은 홈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결전을 앞둔 수원 김병수 감독이 "투지, 간절함, 끝까지 하고자하는 정신적인 면이 기술적인 부분보다 우위에 있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기술적인 것보다 이런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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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한때 K리그 대표 '리딩 클럽'이었다. 1995년 창단해 1996시즌부터 K리그에 참가했다. K리그 4회(1998, 1999, 2004, 2008년), 대한축구협회(FA)컵 5회(2002, 2009, 2010, 2016, 2019년) 우승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해 '레알 수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희미해진 영광의 기억일 뿐이다. 삼성은 2014년 구단 운영 컨트롤타워를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옮겼다. 고 이건희 회장 시절에 비해 삼성그룹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축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삼성이 운영하는 남자 4대 프로스포츠 구단 모두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현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7승41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남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22~2023시즌 14승40패로 10위(최하위)를 기록했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2022~2023시즌 11승25패(승점 36)로 7개 구단 중 7위로 마감했다.
서울 팬들은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 승리를 거둔 뒤 수원을 비웃는 걸개를 들어올렸다. '재벌집 버린 아들'. 쓰디 쓴 현실이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