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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빌드업 형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6-17 13:23 | 최종수정 2023-06-18 08:07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후, 손흥민이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클린스만 감독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원두재와 페루 골키퍼 가예세가 볼을 다투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물론 변수가 많았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부상으로 끝내 출전하지 못했고, '괴물' 김민재(나폴리) '빛영권' 김영권(울산 현대)은 일찌감치 제외됐다. 공수의 핵심이 빠진 가운데, 무려 5명의 새내기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분명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새 얼굴의 적응이나 조직력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려는 축구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다.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다양한 전형을 실험했지만,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시안컵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구조적 문제만 눈에 띄었다.

클린스만호가 또 다시 첫 승에 실패했다. 한국 A대표팀은 16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친선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3월 A매치에서 1무1패를 거뒀던 클린스만호는 페루전에서 첫 승에 도전했지만, 아쉬운 경기력 끝에 또 다시 패배를 맛봤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스타일을 유지, 보수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페루전 큰 폭의 변화를 택했다. 포메이션부터 4-4-2로 바꿨다. 골문은 그대로였다.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찬 김승규(알 샤밥)가 지켰다. 수비라인은 그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조합이 나섰다. 이기제(수원 삼성)-정승현(울산)-박지수(포르티모넨세)-안현범(제주 유나이티드)이 포진했다. 이기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클린스만호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안현범은 아예 A매치 데뷔전이었다. 미드필드는 이재성(마인츠)-황인범(올림피아코스)-원두재(김천 상무)-이강인(마요르카)이 섰다. 투톱은 '황소' 황희찬(울버햄턴)과 오현규(셀틱)가 이뤘다. 황희찬은 클린스만호 첫 출전, 오현규는 A매치 첫 선발이었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손흥민을 중앙에 둔, 미드필더 보다는 공격수에 가깝게 활용한 이른바 '센트럴 손' 전술로 호평을 받은 클린스만호는 다른 형태로 이날 경기에 나섰다. 실험의 색깔이 짙었지만, 플랜B를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기제와 안현범, 두 공격적인 풀백을 전면에 내세운만큼 측면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시종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이강인과 페루 트라우코가 볼을 다투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황인범과 페루 요툰이 볼을 다투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투톱부터 스리백까지' 최적 해법 찾기 위한 클린스만의 실험, 아쉬웠던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이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표팀 조규성이 헤딩슛이 빗나가자 아쉬워 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16/
가장 아쉬운 점은 빌드업 형태였다. 벤투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에 내려와 스리백 형태를 만들어 공격을 전개했다. 후방 빌드업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페루전 빌드업은 달랐다. 좌우 풀백 중 한 명이 센터백과 함께 스리백을 만들었다. 오른쪽에 자리한 안현범이 주로 이 역할을 맡았다. 안현범은 스리백에 최적화된, 윙백 중에서도 공격적인 윙백이다. 거의 윙어에 가깝다. 가뜩이나 포백이 생소한데, 빌드업 역할까지 맡으니 제대로 볼이 돌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원두재의 위치 선정이 최악에 가까웠다. 볼을 받는 위치가 좋지 않았고, 어쩌다 받더라도 볼을 건내는 선택지가 좋지 않았다. 원두재는 김천에서도 미드필더 보다는 수비수로 뛰고 있다.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 박지수-정승현-안현범만으로도 생소한데, 경기력이 좋지 못한 원두재까지 가세한 후방 라인은 제대로 볼을 돌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중앙의 핵' 황인범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볼을 잡는 횟수 자체가 적었고, 경기에 관여하기도 어려웠다. 가운데서 전개를 못하니, 제대로 공격이 될리가 없었다. 앞서 3월 A매치에서 호평을 받았던 직선적이고, 빠른 축구가 사라졌다.

유일한 돌파구는 '이강인 해줘'였다. 제대로 전형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루트는 이강인의 개인기 뿐이었다. 이강인은 현란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무려 7개의 키패스,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이강인만 돋보인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후반시작과 함께, 왼쪽 측면에 있던 이재성을 중앙으로 돌렸다. 투톱에 있던 황희찬이 왼쪽 날개로 이동하며, 4-2-3-1로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뒤에서 볼이 돌지 않으니,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홍현석(헨트)에 이어 박용우(울산 현대)가 투입된 후에야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4-3-3 형태로 변화하며 빌드업 체계가 정비됐다. 박용우는 탁월한 위치선정과 전개력, 수비력 등 '1위팀' 울산에서 보여준 플레이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용우가 후방에서 자리를 잡자, 대표팀의 템포가 살아났다. 황인범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 지원에 나설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막판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을 투입해 아예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하지만 끝내 골은 나지 않았다.

후반 다양한 전형 변화를 통해 흐름을 바꾼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클린스만호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페루전이었다. 이날 보여준 형태로는 손흥민 김민재가 있어도, 딱히 좋았을 것처럼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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