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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1(1부) 돌풍의 팀 광주FC 이정효 감독(48)의 '자극'은 미드필더 이희균(25)을 춤추게 한다. 이 감독이 광주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처음 인연을 맺어 1년 넘게 지지고 볶는 사이에 '꿀케미'가 싹텄다.
이 감독의 반응은 '분노'가 아닌 '미소'였다. "주위에 있던 코치들이 그 순간 내가 웃고 있었다고 말해주더라. 정말 웃겼다. '희균이한테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럼 실력을 보여줘라. 올 시즌 5골을 넣고 나한테 욕을 하면 욕을 받아주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될 거 아니냐'고 하더라. 나도 선수 시절 해외 전지훈련에서 감독님에게 찾아가 출전 기회 주지 않으면 비행기 타고 떠나겠고 한 적이 있다. 나에 비하면 희균이는 별로 대든 것도 아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그런 모습에서 '드디어 (포텐이) 터지는 구나' 싶었다. 전지훈련지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미디어데이나 인터뷰에서 이희균을 잘 지켜보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균은 인천전에서 엄지성의 감각적인 침투패스를 건네받아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광주의 홈 벤치 쪽으로 달려가는 이희균을 향해 이 감독이 직접 마중나왔다. 그렇게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긴 박지성이 떠오르는 포옹 장면이 연출됐다. 이 감독은 "희균이가 골이 없어서 그렇지 골을 넣으면 더 성장할 것 같다. 골이 들어간 순간 너무 좋았다. 희균이가 '애정 결핍'이다. 칭찬에 굶주려 있다. 5골을 넣고 나면 뭐라고 욕할지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이희균에게만 특별 대우를 하는 건 아니다. 선발과 교체 자원을 가리지 않고 '맞춤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전체 스쿼드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5라운드 수원FC전에선 이민기 박한빈이 나란히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제2의 이희균, 제3의 이희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벤치에서, 경기장 밖에서 자신의 순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은 "광주를 다른 팀 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