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달 토트넘 훈련센터인 홋스퍼 웨이에서 만난 토트넘 구단 홍보팀 관계자는 '이반 페리시치가 한국팬 사이에서 비판 대상이냐'고 물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국내기사를 통해 '팬심'을 파악한 듯했다. 이 관계자는 질문을 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기대했던 페리시치와 손흥민의 시너지가 폭발하기는커녕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거다.
손흥민과 페리시치는 5일(한국시각), 영국 울버햄턴 몰리뉴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턴과 2022~2023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불협화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둘은 각각 왼쪽 공격수와 왼쪽 윙백으로 풀타임 뛰었다. 윙어 출신답게 공격 성향이 강한 페리시치가 오버래핑에 나서면, 손흥민이 안으로 좁혀서 플레이했다. 올시즌 반복되는 패턴이다. 손흥민은 총 4개의 슛을 쐈고, 그중 하나는 골대를 강타하는 등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기대했던 시즌 6호골은 터지지 않았다. 페리시치 역시 빈손으로 경기를 끝마쳤다.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나란히 선발출전한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부진하고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패턴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토트넘은 후반 37분 아다마 트라오레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0대1로 충격패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나란히 선발출전한 14번의 리그 경기에서 팀은 6번 패했다. 14경기 성적은 6승 2무 6패, 승률 약 43%다. 두 선수가 동시에 선발출전하지 않은 나머지 12경기 성적은 8승 1무 3패, 승률 약 67%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각각 1.29골과 2.33골로, 이 역시 차이를 보인다.
손흥민이 페리시치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골을 기록한 건 지난 1월 크리스탈팰리스와 리그 19라운드가 유일하다. 3-0으로 앞선 후반 27분, 손흥민이 시즌 4호골을 터뜨렸다. 현재 총 5골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나머지 4골을 모두 교체출전한 경기(레스터전 3골, 웨스트햄전 1골)에서 넣었다. 페리시치가 기록한 5개의 어시스트는 모두 다른 선수에게로 향했다.
◇손흥민 울버햄턴전 히트맵. 출처=소파스코어
◇이반 페리시치 울버햄턴전 히트맵. 출처=소파스코어
공교롭게 토트넘은 손흥민과 페리시치를 모두 벤치로 내린 지난 웨스트햄, 첼시전에서 2대0 스코어로 2연승을 질주했다. 그 뒤 지난 2일 셰필드유나이티드(2부)와 FA컵 32강과 울버햄턴전에서 '손-리시치' 조합을 가동해 무득점 연패했다. 지난달 레스터시티와 리그 23라운드 원정경기(1대4)와 AC밀란과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경기(0대1)까지 묶을 땐 '손-리시치' 조합을 가동한 경기에서 4연패 중이다. 축구 경기에서 승패가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난다지만,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팀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페리시치는 올시즌 FA로 토트넘에 입단해 총 34경기에 나서 아직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2011년 도르트문트 입단으로 빅리그에 입성한 뒤 지난시즌까지 12시즌 동안 리그에서 무득점은 없었다. 지난시즌엔 인터밀란 소속으로 세리에A에서 무려 8골을 몰아쳤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사실상 측면 공격수로 뛰는 상황을 감안할 때 무득점은 곧 저조한 퍼포먼스로 평가할 수 있다. 17개의 슛 중 유효슛은 단 4개에 불과하다. 골대만 3번 맞췄다. 컵포함 9개의 도움으로 팀 공격에 기여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올해 들어 12경기에서 단 2개 도움에 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 역시 비판 여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시즌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24경기에서 단 5골, 토트넘 입단 첫 시즌인 2015~2016시즌(28경기 4골) 이후 가장 부진하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지난시즌 0.66골에서 올시즌 0.21골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부진의 원인으로 페리시치와 불협화음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90분당 평균 드리블 성공 횟수가 1.5개에서 0.9개로 줄고, 공 소유권을 내준 횟수가 1.4개에서 1.9개로 늘었다. 페널티에어리어 내 슈팅 비율이 줄고, 박스 외곽 슈팅 비율이 늘었다는 건 득점 확률이 떨어지는 시도가 잦아졌다는 말이 되고, 경기당 평균 패스, 패스성공률, 키패스 또한 줄었다는 건 경기 관여도가 낮아졌다는 뜻이 된다.
'월클' 손흥민과 '월클' 페리시치의 왼쪽 측면 조합은 아마도 콘테 감독이 올시즌 꺼낸 야심작일 것이다. 페리시치가 엔드라인 부근까지 오버래핑에 나서 가운데로 좁혀 들어간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해 득점을 합작하는 패턴을 기대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진 콘테 감독이 기대했던 그림이 펼쳐지진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울버햄턴전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