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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방 영웅' 이범영, "'피파만큼만 하라'는 말에 자극…이제 잘할 때 됐죠"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02-27 11:27


'6선방 영웅' 이범영, "'피파만큼만 하라'는 말에 자극…이제 잘할 때…
사진(제주)=윤진만 기자

[제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구자철(34·제주)이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던 중 어딘가를 바라보며 손짓을 한다. "범영아, 이리로 와봐." 퇴근 준비를 마친 이범영(34·수원FC)이 느린 걸음으로 구자철 곁으로 다가온다. 구자철이 "네가 슛을 다 막아서 우리가 못 이겼다"고 하자 이범영이 "형, 나도 이제 잘할 때 됐잖아"라고 부드럽게 받아친다.

이범영은 이날 제주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라운드에서 상대의 유효슛 7개 중 6개를 선방했다. 제주의 파상공세를 견뎌낸 수원FC는 0대0 무승부를 통해 개막전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이범영 덕에 승점을 얻었다"며 이범영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수원FC 동료들도 이범영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박배종의 부상으로 이날 선발 기회를 잡은 이범영의 '선방쇼'는 공교롭게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 대표로 오랜기간 동고동락한 구자철의 첫 슈팅을 막는 것부터 시작됐다. 구자철은 "오늘 범영이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MVP를 뽑으라면 범영이다. 11년 전(런던올림픽 영국전), 승부차기를 막을 때 같은 팀으로 든든하고 행복했다. 이번엔 내 슛을 막고 페널티까지 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뿌듯하면서 야속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범영은 "자철이형과 오랜세월 함께해 성향을 잘 안다. 공을 잡는 순간 슛을 때릴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니어포스트 구석으로)꺾어찰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범영이 유일하게 막지 못한 제주의 유효슛은 유리의 페널티였다. 유리의 슛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페널티 반칙을 범한 이범영은 "저 때문에 페널티가 주어졌지만, 이 또한 찬스라고 생각했다. 평소 페널티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늘 하듯이 팔을 크게 벌려 상대에게 부담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범영이 골대 위치까지 조정했다는 일부팬들의 농담에 "게임에서도 안되는 건 실제 축구에서도 할 수 없다"며 웃어넘겼다.


'6선방 영웅' 이범영, "'피파만큼만 하라'는 말에 자극…이제 잘할 때…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범영은 2019년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뒤 지난 4년간 K리그에서 3경기(전북 1경기, 수원FC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범영은 "전북 시절 기회가 없었고, 지난해 입단한 수원FC에서 적응에 실패했다. 이렇게 가다간 이도저도 아니겠단 생각에 머리를 빡빡 밀고 동계훈련에 임했다. 마음을 잘 가다듬었더니 (첫경기부터)잘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범영이 동계 전훈지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귀띔했다.

이범영은 온라인 축구게임에서 능력치가 좋은 선수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EA 모스트 셀렉티드 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이범영은 "'피파만큼만 하라'는 DM(다이렉트 메시지)가 많이 온다. 그런 말을 자극제로 사용했다. 이제는 실제로도 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시즌 끝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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