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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거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독일)이 한국 축구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까.
클린스만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독일의 레전드 공격수다. 현역시절 '금발의 폭격기'로 불렸던 클린스만 감독은 슈투트가르트, 인터밀란, AS모나코,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삼프도리아 등 빅클럽에서 뛰었다. 클린스만의 진가는 특히 A매치에서 빛났다. 108경기에 출전, 47골을 터뜨렸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도 경험했다.
하지만 지도자로 변신 후에는 다소 부침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퇴 후 곧바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준비 중인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침체에 빠진 팀을 바꾸며 독일을 3위로 올려놓았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에 오르지만 성적 부진으로 해고된 클린스만 감독은 2011년부터 5년간 미국대표팀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에 올리기도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도 여러차례 내며 경질된 바 있다. 2019년에는 헤르타베를린 감독직에 오르지만, 단 2개월만에 충격 퇴단했다. 이후 야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 등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활동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사실을 보도한 독일 키커는 '차두리가 다리를 놓았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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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시절 내내 전술적 역량에 물음표가 붙었다. 확실한 빌드업 축구로 전술적 색깔을 낸 벤투 전 감독과는 차이가 있다. 카타르월드컵 이후 새 출발하는 한국축구의 확실한 방향타를 정해줄 최적의 후보인지는 의문부호가 붙지만, 여러 정황상 클린스만의 한국행은 불이 붙은게 팩트다. 대한축구협회가 2월말까지 대표팀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만큼, 시점상으로도 클린스만 감독 쪽으로 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3월 15일 예정된 카타르월드컵 TSG 결과 발표에 새 감독과 함께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바로 24일(콜롬비아전)과 28일(우루과이전) 잡힌 3월 A매치를 지휘하도록 할 방침이다.
마지막 변수는 '한국 상주 여부'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1990년대부터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 국적까지 취득했다. 그는 독일대표팀을 이끌 당시에도 독일이 아닌 미국에서 주로 머물며 독일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지도자 라이선스를 미국 자택에 두고 오는 황당 해프닝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뮐러 위원장은 새로운 감독 기준에 대해, 크게 5가지,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 워크 배양, 환경적 요인을 거론했다.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콕 집어서 설명을 했는데 "감독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 반쪽짜리 감독이 아닌, 한국축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독을 찾겠다는 뜻이다. 과거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 협상했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도 한국 상주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결국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미국 상주 논란을 여러 차례 일으켰던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이 조건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여부는 미지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4년 전,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과 협상했을 때도 이 부분에서 이견이 있었다. 결국 '한국 상주 여부'를 받아들일 것인지가, 클린스만 감독 부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