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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코치들에게 '11년차 감독인데 가슴이 뛴다'고 했어요. 시즌 앞두고 많이 설레네요."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49)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현역 시절 '탱크'라 불렸던 그라운드 위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남 감독은 "저도 한국 나이로 벌써 오십이에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봐요"라며 웃었다.
벌써 11번째 시즌을 앞둔 남 감독은 2023년을 앞두고 대대적 변화에 나섰다. 남 감독은 '발로 뛰는 소통'을 앞세워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남 감독은 "어린 나이에 감독에 올랐어요. 저를 무시하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시민구단이다보니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고요. 그래서 일부러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제가 흔들리면 안 되니까 강하게 나간거죠. 그런데 지난 시즌 선수들 사이의 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선수들에게 다가서지 못했고, 선수들도 다가오지 못한거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올 시즌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를 줘서 팀을 끌고 갈 생각입니다. 입으로 하는 소통도 있겠지만 발로 가는 게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밝은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남 감독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변화를 줬다. 공격진에 헤이스, 유리 조나탄을 영입했다. 주민규, 제르소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그는 "제주를 좋아하고 아시는 팬들은 지난 시즌 잘 했던 선수 몇 명을 기억할 겁니다. 그 선수들이 워낙 제주에 와서 잘 해줬거든요. 이제는 아쉬움을 기대로 바꿔야 하죠. 새 선수들이 훈련장이나 연습경기를 통해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팬들이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컨디션이 좋아요"라고 칭찬했다.
코칭스태프에도 변화가 있다. 정조국 공격코치를 수석코치로 올렸다. 윤대성 양평FC 감독을 전술코치로 영입했다. 또 최효진(40) 하대성(38) 등 젊은 코치들이 대거 합류했다. 남 감독은 각 파트별로 최적의 문제 해결 방식을 찾아내는 환상의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코치들의 역할이 굉장히 많아질 거예요. 포지션별로 다양한 코치진이 왔어요. 선수 개개인적으로, 부분(포지션)적으로 다 역할을 줬죠. 경기 끝났을 때 서로 생각한 부분, 선수들과 함께한 부분을 미팅을 통해 얘기하고 있어요. 감독이지만 같이 배우고 있어요. 제가 벌써 감독 11년차거든요. 그런데 시즌 앞두고 이렇게 설 적이 있나 싶어요"라며 웃었다.
구단에서도 '든든한 지원'을 약속했다. 남 감독과 '찰떡궁합'인 구창용 대표이사가 새로 합류했다. 남 감독은 "구 대표이사님은 제가 제주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예요. 내게 감독 제안을 해주신 분이죠. 대표님이 새로 오셨을 때 '앞으로 제주가 더 좋아질 수 있겠다' 싶었죠. 대표님께서 제게 필요한 부분 세 가지를 얘기하라고 하셨어요. '알라딘 램프'는 아니지만 세 가지 말하면 얘기하겠다고 하셨는데 아직은 한 번도 말한 적 없어요. 저는 제주 사령탑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더 잘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으로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나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전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은 나도, 선수들도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우리가 원하는 ACL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