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손-페 공존, 감차 부활, 경쟁 우위'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손흥민이 돌아왔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1-29 10:25 | 최종수정 2023-01-29 13:21


AF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악의 위기였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거머쥐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손흥민(토트넘)은 올 시즌 거짓말 같은 부진에 빠졌다. 리그 19경기에서 4골-3도움에 그치며 '최악의 득점왕'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1980~1981시즌 리그 20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뒤 다음 시즌 6골에 그친 토트넘 선배 스티브 아치볼드의 사례까지 소환됐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지만, 안팎의 비난이 거셌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포지션 라이벌인 아르나우트 단주마가 새롭게 가세했다. 토트넘은 에버턴행이 유력하던 단주마를 하이재킹해, 임대 영입에 성공했다. 단주마는 잉글랜드 경험이 있는데다, 비야레알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한 수준 있는 윙어다. 이미 몇몇 언론에서는 손흥민 대신 단주마가 베스트11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등이 절실했던 순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이 또 다시 자신을 증명해냈다. 강했던 FA컵에서 펄펄 날았다. 손흥민은 29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프레스턴의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프레스턴과 2022~2023시즌 FA컵 4라운드(32강)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시즌 7, 8호골. 5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이후 5경기만의 득점이었다. 21일 풀럼전 도움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했다. 팀은 3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토트넘 공격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반 페리시치가 원톱으로 나섰다. 해리 케인이 병으로 인해 주중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페리시치를 축으로 손흥민과 데얀 클루셉스키가 스리톱을 이뤘다. 익숙치 않은 스리톱, 하지만 이 변화는 손흥민에게 득이 됐다. 왼쪽에서 최악의 호흡을 보이던 손-페 콤비는 위치를 바꾸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페리시치를 미끼삼아 중앙으로 침투하는 장면을 여러차례 만들었고, 골문 가까이 움직이자 그만큼 득점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전반 15분과 25분 두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던 손흥민은 후반 마침내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5분 탕강가의 패스를 받아 아크 서클 오른쪽에서 볼을 잡았다. 손흥민존이었다. 손흥민은 그대로 왼발 중거리슈팅을 때렸다. 볼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 안쪽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모처럼 골을 넣은 손흥민은 후반 24분 페리시치의 멋진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터치로 상대 수비를 벗긴 후 또 한번 왼발로 터닝 슈팅을 날렸다. 이 볼을 상대 골키퍼 손을 스치며 다시 한번 프레스턴 골문을 흔들었다. FA컵 통산 14호골.

기록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39분 교체아웃될때까지 4개의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0.18골의 기대득점(xG)으로 2골을 넣었다. 손흥민 특유의 결정력이 돋보였다. 패스성공률도 96%에 달했다. 맹활약에 현지에서도 엄지를 치켜올렸다.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볼런던은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9.1점, 9점을 매겼다. 풋볼런던은 '그라운드 위에 있던 모든 선수 위의 레벨'이라고 했다. '레전드' 앨런 시어러도 BBC를 통해 "환상적인 슈팅 두방, 손흥민이 경기 MVP"라고 했다.

손흥민은 프레스트전 두방으로 다시 흐름을 바꿨다. 단주마가 후반 교체투입돼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던만큼, 이번에도 부진했더라면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골로 여전히 토트넘 공격의 중심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켰다. 토트넘은 SNS를 통해 '손흥민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단짝' 케인도 '쏘니(손흥민의 애칭), 잘했어'라고 했다. 페리시치와의 공존법, 그리고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두번째 골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다. 특유의 슈팅력이 살아났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손흥민도 경기 후 "나한테도, 팀한테도 중요한 타이밍에 골이 들어갔다"고 미소를 지었다. 교체돼 나오며 통증을 느끼는 모습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