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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축구협회(KFA)가 일명 '2701호 논란'으로 불린 의무 트레이너 사태가 불거진 지 근 한 달 만에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카타르월드컵에 안씨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했다. 안씨 외 개인 트레이너 2명이 함께 현지에 왔다. 안씨는 치료와 숙박에 필요한 호텔룸(2701호)을 직접 예약했다. 선수단과 같은 호텔이었지만, 묵는 층이 다르고 동선도 구본됐다. 협회는 숙식 비용을 따로 지원하지 않았다.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흥민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들이 있을 경우, 안씨를 포함한 3명의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다. 선수 관리에 일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선수 10여명이 안씨의 치료를 받았다. 협회 의무 트레이너의 치료도 함께 번갈아 가며 받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우루과이전을 앞둔 11월 22일, 일부 선수들이 협회의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왔다. 선수들의 요구는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였다. 안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A의무팀장이 안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였다. 선수들은 또 '안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아울러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협회 의무 스태프 중 1명이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협회가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안씨를 고의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 매체가 보도한 협회 의무 스태프 B씨의 무자격증 논란에 대해선 "자격증이 없다고 선수들이 지목한 협회 의무 스태프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으므로 의무 스태프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B씨와 안씨는 경우가 다르다. 협회가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은 2020년이었다. 이 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2021년 2월부터 시행), 협회가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던 때였다. 계약을 맺은 이후에 정부의 자격증 조건이 새로 시행되었으므로, 이를 이유로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었다. 대신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할수 없다고 B씨에게 통지니다. B씨는 지난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협회는 이어 "협회는 일부 선수들의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의무 스태프를 포함해 현지에 파견된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협회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A 의무팀장에게 치료 활동은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A의무팀장이 선수들을 계속 치료하는 것은 당사자나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적었다.
협회는 일부 선수의 부상 상태에 따른 혼선도 발생했다며 특정 사건을 소개했다. 협회는 "훈련과 경기후에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현지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촬영 결과에 대해 현지 전문의와 협회가 파견한 대표팀 닥터진이 소견을 같이하고 이를 선수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안씨는 이와 다른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 사건 이후 안씨가 개인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월드컵을 마치고 개인 SNS에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트레이너)한 사람당 케어 시간이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이었다. 하루에 한 사람이 5~6명씩 케어하다 보면 손이 퉁퉁 붓고 불어트기(부르트기) 일쑤였지만, 그들이 흘린 땀 앞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며 "2701호가 왜 생겼는지는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양손에 얼음찜질을 하는 사진에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너희)이 할 일을 했는데 뭐? 외부치료? 안쌤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라며 "나는 당신이 그 싸구려 입으로 판단할 분(!)이 아니다. 세계적인 명장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사람인데 당신은?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 명심해라"고도 특정인을 저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안 씨는 또 "2701호는 대한축구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다. 2701호의 정체가 궁금한가? 알게 되면 선수들을 절대 비난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다. 제 식구 챙기기를 해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노고를 몰라준 섭섭함과 협회의 지원 부족에 대한 원망, 실력에 대한 자부심 등이 글에 녹아있다. 안씨는 손흥민 측의 사비로 카타르를 찾아 대회 기간 내내 손흥민 등의 근육 마사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안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씨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력 여부를 떠나 어찌됐든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안씨가 국내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도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다. 대표팀의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이라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안씨가 자격증이 없으므로 공식 채용은 할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몸을 케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이 어떠한 케어를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모니터링해야 했다. 또 선수들이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선수들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앞서 말한대로 현지에서 발생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엄청난 각오와 의지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런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해도 의무 스태프와 협회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상대를 존중하고 대표선수의 품위를 지키는 자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끝으로 "덮어둔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달려있다. 협회는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협력 관계를 조성할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의무 트레이너의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연구하겠다. 우리보다 이런 상황을 일찍 경험했을 다른 축구 선진국의 사례도 현재 조사 중에 있다. 협회 의무분과위원들의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선수들의 의견도 청취할 것이다. 새로 부임할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중요한만큼 상의해서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하겠다. 늦어도 3월초까지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3월말에는 확정된 방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