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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박찬준 기자]인생에 우연은 없다. 나이 32세에 치른 세 번째 월드컵,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다.
우승의 환희는 월드컵으로 이어졌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 그의 이름 석자는 더 선명했다. 김영권은 '기적'의 대명사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카잔의 기적'을 연출했다. 카타르에선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특급 도움'을 받아 동점골을 작렬시키며 대한민국의 2대1 역전승에 주춧돌을 놓았다. 뒤이어 한국 축구 사상 세 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대작'을 빚었다. 이른바 '도하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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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러나 김영권은 변함이 없다. 또래의 홍정호(전북)를 비롯해 수많은 센터백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2010년 8월 11일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한곁같이 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변신이다.
그는 "일단 운이 따라주는 건 맞는거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았던 자신과의 싸움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긴 세월동안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부족한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헤딩과 순발력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매순간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 더구나 체질도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조금만 긴장의 끈을 놓으면 살이 찐다. 그래서 항상 식단 관리를 한다. 1년 내내 '맛없는 식사'를 하는게 정말 힘들다. 그러나 그렇게 안하면 축구 선수로 금방 사라질수 있다. 그게 싫었기에 유지를 해 왔다."
김영권은 유독 '스승 복'이 많다. 홍 감독은 축구의 새 세상을 열어줬고, 광저우 헝다 시절에는 세계적인 명장인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브라질) 감독 등과도 함께했다. 그럼 파울루 벤투 감독은 어떨까. 그는 "리피 감독님은 심플했다. 전술적으로 딱 정해진거 1~2개 외에는 자유로웠다. 반면 벤투 감독은 세밀했다"며 "벤투 감독님은 불안감과 압박감도 전혀 없었다. 감독님이 흔들리지 않았기에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카타르로 넘어간 후에는 장난도 많아지고 표정도 더 밝았다. 운동장 밖에서는 철저하게 선수 편이었다. 그런 스타일의 감독님이다보니 더 믿고 따랐다"고 엄지를 세웠다.
다만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했지만 1대4로 패해 16강에선 멈춘 것은 아쉬움이었다. "포지션상 뒤에서 지켜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선수들이 정말 많이 뛰었다. 16강전 후 경기에 져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친구들이랑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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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월드컵을 치른 후배 김민재(26·나폴리)를 향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김영권은 "나 뿐만 아니라 다 느꼈을거다. 점점 좋은 리그로 가고 있고, 쉽게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 민재 쪽으로 공이 갔을 때 불안하지가 않다"며 웃었다.
김영권은 내년에도 K리그에서 뛴다. 이제는 디펜딩챔피언 자격이다. 그는 K리그에 대해 "힘든 리그"라고 고개를 뒤흔들었다. 이어 "이번 시즌 K리그 1년차였는데 '준우승' 꼬리표에도 단 한 번도 울산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불안하지도 않았다"며 "이제까지 경험을 해본 결과, 도전하는 입장보다 지키는 입장이 더 힘들더라. 그래도 울산의 우승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권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숙원이었던 월드컵 16강도 이뤘다. '그랜드슬램'의 마지막은 아시안컵이다.
"우리도 월드컵에서 일본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도 지면 안되니까 더 자극을 받은게 없지 않다. 아시안컵 하나 남았다. 아직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맛보지 못했다. 다음은 거기에 초점을 맞추겠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삼남매의 사랑꾼 아빠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김영권의 머릿속은 오직 '축구'뿐이다. 브라질전에서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찍은 그의 남은 20분, 분명 또 다른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박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