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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춘천송암스포츠타운은 강원FC의 홈경기장이었지만 울산 현대를 위한 '잔칫상'이었다.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은 더없이 달콤했다. 머나먼 원정길에도 약 1200명의 울산팬들이 함께 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팬들도 구름 위를 걸었다.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도자로서 첫 정상에 오른 홍명보 감독은 "작년에 이청용에게 주장을 시키면서 새로운 팀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청용의 커리어에 맞게 팀을 잘 이끌어줬다. 나이에 비해 힘든 경기에 들어가서 더더욱 빛을 내는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부상도 많지 않았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청용은 우승, 그 순간에도 겸손했다. 그는 "훌륭한 선수들과 좋은 감독님, 코칭스태프 밑에서 주장을 할 수 있어 영광이고 행운이다. 올 시즌 성과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미소지었다.
새 얼굴은 울산의 윤활유였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은 수비라인의 리더였다. 그의 말대로 김영권 전의 울산과 후의 울산은 달랐다. 임대로 울산에 둥지를 튼 레오나르도와 아마노, 이동준을 지워버린 엄원상, 임대에서 복귀한 이규성도 '뉴 울산'의 근간이었다.
화룡점정도 있었다. 마틴 아담과 정승현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마틴 아담은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우승을 다투던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기적적으로 2골을 터트리며 대세를 갈랐고, 우승을 확정지은 강원전에서는 1골-1도움으로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는 13경기 출전에도 9골-3도움을 올렸다. 울산 우승의 '마침표'였다. 군에서 제대한 정승현은 최후의 승부처에서 김영권과 함께 중앙수비에서 호흡하며 더 큰 안정감을 선사했다.
또 하나, 조연은 없었다. 모두가 주연이었다. 특히 박주영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힘을 보탰다. 5경기 출전이 전부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에서 하나로 묶었다.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과의 '캠핑', 엔트리 제외에도 불구하고 홈경기는 '개근'이었다. 파이널라운드 들어서는 원정경기에도 함께하며 '정신적인 지주'로 그의 소임을 다했다.
"선수로서 처음 이적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부담감이 컸고, 성격상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깊었다." 엄원상의 고백이었다. 울산의 17년 만의 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